[와인&토크]750mL 1병=포도 1.27㎏…포도나무 1그루=3∼4병

  • 입력 2007년 1월 27일 03시 11분


20세기 최고의 빈티지(와인 생산연도)로 불리는 2000년. 특히 샤토 마르고 2000년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 평가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다. 샤토 마르고의 2000년 빈티지는 병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지만 세계의 유명 와인 판매상에서도 ‘매진’이란 글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만큼 빈티지는 와인의 가치를 매기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다.

와인은 빈티지를 포함해 숫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포도나무에는 통상 15∼50개의 포도송이가 열린다. 포도나무 1그루에 평균 4kg 정도의 포도가 수확된다.

와인 750mL 1병에는 약 1.27kg의 포도가 소요된다. 즉 포도나무 한 그루가 3, 4병의 와인을 생산한다는 얘기다. 와인 한 병을 마시는 것은 포도 1kg을 먹는 것과 같다. 1kg의 포도를 즙을 내는 과정에서 20%가 찌꺼기로 빠져나간다. 그후 발효 숙성 여과 과정을 통해 5%가 없어져 결국 750mL 정도의 와인 한 병이 탄생하는 것.

하지만 예외도 있다.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포도나무 1그루에 1잔∼1병의 와인만을 생산하는 경우다. 뿌리에서 올라오는 영양분은 동일하기 때문에 포도송이의 개수가 적을수록 포도 한 송이가 받는 영양분은 많아진다.

칠레의 명품 와인으로 손꼽히는 ‘알타이르와 시데랄’은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와인 1병을 만들 수 있는 양만 수확한다. 최고의 프랑스 디저트 와인을 생산하는 샤토 디켐은 1그루에서 1잔의 와인이 나온다.

200여 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호주가 세계 4위의 와인 대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도 ‘숫자 마케팅’이 숨어 있다.

‘빈65, 빈45, 빈40’ 혹은 ‘빈222, 빈333, 빈407’. 마치 007영화에나 어울릴 듯한 암호 같은 숫자들은 호주 와인의 이름이다. 호주 와인에서만 볼 수 있는 빈 시리즈 숫자는 경쟁국의 어려운 와인 브랜드명과 달리 친밀하고 기억하기 쉬워 와인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빈 시리즈는 호주 외의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유의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빈 시리즈 숫자의 유래에 대한 설은 다양하다. 와인 이름을 딱히 붙일 수 없었던 1930년대에 와인 저장탱크 번호를 상표에 사용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시 문맹이었던 노동자들이 수확한 포도를 저장 탱크에 넣을 때 글자를 몰라 간편한 숫자로 표기했다는 설도 전해진다.

‘린더만’ ‘윈담 에스테이트’ ‘펜폴즈’ 등 호주를 대표하는 대부분의 와인회사가 빈 시리즈를 생산하고 있다.

▽잠깐!=와인은 물이 85%를 차지한다. 알코올이 9∼13%이며 나머지는 당분 비타민 유기산 폴리페놀 미네랄로 구성돼 있다. 와인은 마시는 야채라고도 한다. 폴리페놀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 역할을 하며 특히 심장혈관에 좋다. 레드와인에는 L당 1∼3g, 화이트와인에는 L당 0.2g이 각각 함유돼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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