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와 가까워지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영화 한 편을 몇 번이고 반복해 보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힘들고 지루하지만 보고 또 보는 가운데 들리지 않던 말이 들리고 보이지 않던 내용이 보인다고 한다. 영화가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외국어 이상으로 힘들고 막막한 논술을 위해 이런 영화 같은 책 한 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사실들을 일러 주고 볼 때마다 미처 느끼지 못했던 생각과 깨달음을 주는 책 말이다.
‘어린왕자’는 이런 까다로운 요건을 모두 갖춘 고전 중의 고전이다. 물론 이 책에 대한 반향은 사람마다 다르다. 종소리가 종을 때리는 사람의 힘만큼만 울리듯 이 책 또한 독자의 안목만큼만 세상과 삶을 비춰 주기 때문이다.
일종의 여로형 소설인 이 책에서 어린왕자는 장미꽃과의 마찰과 불화로 자신이 살던 소혹성 B612를 떠난다. 그리고 여섯 개의 별을 거치면서 그는 권위적이고 타산적이며 의미 없는 어른들의 세계를 경험한다. 보아 뱀의 그림에서 보듯 마음의 눈을 잃어버린 어른들은 삶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외양만을 좇을 뿐 사물의 본질을 읽어 내지 못하는 그들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마침내 일곱 번째로 방문한 별, 지구에서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난다. 이 소설의 압권이라 할 둘의 만남 속에서 작가는 하나의 만남이 우리네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 준다. 자신에게 장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깨달은 어린왕자는 비로소 구도자의 여행을 끝낸다.
어린왕자의 여정은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그것은 한번 질문을 하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어린왕자의 왕성한 탐구력일 수도 있고,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번뜩이는 삶의 지혜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깨달음이든 독서의 과정 속에서 그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어린왕자는 말한다. 어른들은 언제나 스스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 자꾸만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고. 문제를 풀기도 전에 해답과 풀이를 찾고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려 한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벌써 어른이 되어 버린 건 아닐까 한번 의심해 볼 일이다. 영화를 보듯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행간의 의미를 익혀 보자.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과 상상력은 논술의 바탕이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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