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극장은 들썩들썩하다. 바이올린은 끽끽 이 가는 소리를 내고, 바순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작은 북은 떼굴떼굴 굴러다닌다.
하지만 이럴 수가! 오늘 저녁 연주회를 앞두고 높은음자리표가 사라졌다. 높은음자리표가 없으면 연주를 시작할 수 없는데….
놀라서 높은음자리표를 찾아 나선 각 악기를 따라 읽다 보면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등 오케스트라의 파트별 악기 소리가 마치 귀에 들리는 듯하다.
삑삑 끽끽 소리를 질러대는 현악기, 쿵덕덕 콩닥닥거리는 타악기,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플루트….
이야기 속에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들의 특색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구성도 재미있지만 그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따뜻한 메시지다. 너무 작다는 이유로 연주회에 끼지 못하자 높은음자리표를 숨긴 피콜로를 통해 이 책은 아이들에게 말한다. 오케스트라가 아름다운 화음을 빚어내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악기라도 소홀히 여겨선 안 된다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마찬가지란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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