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하프만 있으면 대학 간다’는 말이 있었죠. 또 하프가 ‘호화 가구’로 분류돼 세관에서 악기 값의 3배 정도의 세금이 붙곤 했죠. 그러나 모두 옛말입니다. 지금 프로연주자들이 사용하는 명기(名器) 중에 하프가 가장 쌀걸요.”
다음 달 11일부터 서울 도쿄 홍콩에서 도쿄 스트링 콰르텟(TSQ)과 함께 순회 연주를 하는 하피스트 곽정(34) 씨는 첫마디부터 하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아쉬워했다.
이번에 함께 연주하는 TSQ의 경우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첼로의 가격만 자그마치 300억 원이 넘는다.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하고 전설적인 연주자 파가니니가 소유한 악기들이라고 해서 ‘파가니니 콰르텟’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반면 국내 최고의 스타 하피스트인 그의 하프는 약 5500만 원에 불과하다.
“하프는 그리스 신화에도 나오고, 성서에서 다윗 왕도 연주했을 만큼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악기예요. 그러나 하프는 페달 등 기계장치가 있기 때문에 오래된 악기라고 해서 소리가 좋은 것은 아니에요. 3∼5년 된 악기가 가장 소리가 좋답니다.”
‘하프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곽 씨는 최근 2년 동안 ‘하피스트 K’란 이름으로 전자하프를 연주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왔다. ‘비바체’ ‘토카타’ 등 전자하프 음반(유니버설 뮤직)은 중국 홍콩에도 수출돼 가슴에 안고, 손으로 뜯는 악기에 친숙한 중국인들에게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돈 덴의 ‘하프와 스트링 콰르텟과의 5중주’, 아널드 백스의 ‘하프와 스트링 콰르텟과의 5중주’를 연주할 예정이다. 중국이나 홍콩에서는 전자하프 연주만 했는데, 처음으로 ‘클래식 하피스트 곽정’으로 무대에 서게 된다.
1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8만 원. 02-780-505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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