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이 흐른 29일, 웨스틴조선호텔 코스모스홀로 이름이 바뀐 바로 그곳에서 그 청년은 한국문학사에 남을 만한 기념식을 가졌다.
작가 조정래(64·사진) 씨의 대하소설 ‘아리랑’ 100쇄 발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결혼할 때 집사람(김초혜 시인)은 이미 등단한 시인이었죠. 저는 별로 대책 없는 문청이었습니다. 처가에서 다른 혼처를 알아보는 것 같기에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결혼을 감행했습니다.”
조 씨는 3년 뒤 소설가로 데뷔해 처가에 대한 체면을 살렸고, 이날 ‘아리랑’(전 12권) 100쇄(제1권 기준) 돌파라는 뜻 깊은 기록을 남기게 된 것이다. 12권을 다 합하면 803쇄에, 총발행 부수는 330만 부. 그의 또 다른 대하소설 ‘태백산맥’ 650만 부, ‘한강’ 200만 부까지 합하면 1180만 부에 이른다.
그는 “수십 장의 파지(破紙)를 내며 겨우 첫 장을 쓰고 나면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빠져드는 불안과 고독을 느꼈고, 매일 40장의 원고를 쓰면서 손가락이 마비되는 고통도 겪었다”며 창작의 고통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인간, 모국, 우리 민족의 역사에 대한 존엄의 끈을 놓지 않았다”면서 한국 문학이 왜소화하고 민족이 실종되어 가는 현상을 비판했다. 동시에 작가의 현실정치 참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작가는 피해를 보더라도 옳고 정의로운 것에 대해 발언을 해야겠죠. 그러지 않는다면 대중의 의식을 흐리게 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합니다. 또 작가가 현실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오류를 범하는 정치세력에 들어가 부화뇌동하는 것은 자기 파멸의 길인 동시에 문학에 대한 배반입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이 기사 취재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서현아(서울대 독어교육과)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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