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 푹 빠져 상전벽해 몇번이던가…권중달-이기동 교수

  • 입력 2007년 1월 31일 03시 00분


10년과 20년.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세인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고전 번역은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여기 시간을 이겨내고 학문의 열정을 불태우는 두 학자가 있다.

10년째 ‘자치통감’ 완역에 몰두하고 이 책을 펴내려고 출판사까지 차린 권중달 중앙대 명예교수와 20년 만에 ‘사서삼경 강설’ 시리즈를 완간한 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교수, 바로 그들이다.

자치통감은 중국 송대의 학자 사마광이 기원전 404년부터 기원후 959년까지 약 1300년의 역사를 249권으로 묶어낸 정사. 권 교수는 완벽한 번역을 위해 함께 작업하는 학생들에게 3년 동안 자치통감을 강연하고 한 자씩 원본과 대조하는 공을 들였다.

그러나 돈이 안 된다고 출판을 꺼리는 바람에 출판사만 3번 바꾸어야 했고, 결국 자신의 퇴직금 1억 원을 들여 직접 출판사를 차렸다. 현재 8권까지 나왔으며, 2009년까지 31권으로 번역을 마무리하면 국내 첫 자치통감 완역본이 탄생한다. “중국 역사냐 미국 역사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시대와 관계 맺었는지를 느껴야 한다”고 말하는 권 교수는 “1300년 역사가 담긴 자치통감은 문화 콘텐츠의 보고”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1990년대 초 ‘대학·중용 강설’부터 시작해 최근 ‘서경 강설’로 사서삼경 번역을 마무리했다. 사서삼경을 완역해 해설까지 단 것은 그가 처음이다. 이 시리즈에서 그는 어려운 한자는 뜻을 풀었고 자구의 문법까지 친절히 설명했다. 또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을 예로 들어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완역에 이르기까지 난관도 많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원전의 난해함. ‘시경’ 번역 때는 ‘시경’을 번역한 우리말이 곧 시가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詩作) 연습부터 했다. 이렇게 해서 한 권당 번역 시간이 길게는 4, 5년이 걸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사서삼경을 번역하다 보니 유학은 우리 민족의 마음을 공자가 포장해 써 내려간 것처럼 우리 민족의 사상을 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시리즈는 내년 영어로 번역돼 해외에도 소개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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