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4∼26일 유니버설 아트센터서 ‘백조의 호수’가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은 다음 달 24∼26일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다. ‘백조의 호수’ 서울 공연은 5년 만이어서 팬들에게는 반가운 무대.
이 발레의 주역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프리마 발레리나를 가르는 잣대가 될 만큼 ‘백조의 호수’는 연기력과 테크닉 그리고 체력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발레리나만이 할 수 있는 작품. 이번 공연에는 황혜민(24일), 강예나(25일), 임혜경(26일) 등이 백조(흑조)를 맡았다. 1588-7890
세 발레리나는 모두 입을 모아 “흑조보다 백조가 훨씬 춤추기 어렵다”고 말한다. 우아하면서도 슬픔이 절로 배어나는 백조의 잔잔한 연기가 화려한 기교를 보여 주는 흑조의 강렬한 춤보다 훨씬 힘들다는 것.
임혜경은 “아무리 기교가 뛰어나더라도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관객은 감동을 받지 못한다”며 “관객들이 마치 동화책을 읽듯 이야기에 푹 빠져들도록 감정을 춤에 녹여 내는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와 왕자가 추는 ‘백조 아다지오’는 클래식 발레 안무 중 가장 아름다운 2인무로 흔히 꼽힌다. “세계 모든 갈라 공연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 ‘백조 아다지오’는 발레리나의 기량이 판가름 나는 ‘첫 번째 도마’여서 가장 신경이 쓰인다.”(강예나)
우아한 백조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날갯짓. 강예나는 남들보다 팔다리가 가늘고 긴 신체 조건 덕분에 “가만히 있어도 그냥 백조”라는 평을 듣는다.
○관객이 열광하는 흑조의 32회전
‘백조의 호수’에서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리는 것은 역시 흑조 ‘그랑 파’의 32회전이다. 32회전의 기본은 싱글 턴으로 서른두 번을 도는 것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우연히도 세 사람 모두 ‘싱글-싱글-더블 턴’으로 32회전을 구성했다.
황혜민은 “처음 ‘백조의 호수’를 할 때는 ‘정직하게’ 싱글 턴으로만 32회전을 돌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처음으로 더블 턴도 시도해 좀 더 화려한 푸에테(회전동작)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강예나 역시 “싱글-싱글-더블로 돌다가 마지막 8번은 싱글 턴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 발레리나 중 가장 맏언니이자 유일한 ‘엄마 발레리나’여서일까? 임혜경은 후배들보다 흑조를 좀 더 따뜻하고 너그럽게 바라봤다.
“흑조는 주로 독하고, 강한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내가 생각하는 흑조는 다르다. 흑조는 강렬한 성격을 지녔지만 흑조 역시 결국 여자다. 그런 측면에서 흑조를 표현하고 싶다.”
○2시간 45분 연기 … 등 근육 ‘뻐근’
3막 발레로 선보이는 ‘백조의 호수’는 클래식 발레 중에서도 공연 시간이 긴 편(2시간 45분)인 데다 주역 발레리나는 백조(1막)-흑조(2막)-백조(3막)로 거의 쉴 틈 없이 무대에 서야 한다.
‘백조의 호수’는 군무부터 주역까지 왼발이 특히 고생하는 작품으로 악명이 높다. 푸에테,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로 서서 다른 다리를 뒤로 뻗는 동작) 등 왼발로만 지탱해야 하는 동작이 유난히 많아서다. 발레리나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또 다른 부분은 등이다. 팔로 백조의 날갯짓을 표현할 때 등 근육으로 팔을 움직이는데 다른 발레 작품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쓰기 때문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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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회전’의 미학
이탈리아 무용수 첫 시도… 빨리 돌기보다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 중요
‘백조의 호수’에서 팬들을 가장 열광시키는 것은 역시 흑조(오딜)의 도발적인 ‘32회전’이다.
발레 역사에서 ‘32회전’을 처음 시도한 발레리나는 19세기 말 이탈리아의 무용수 피에리나 레냐니였다.
무용평론가 유형종 씨는 “32번의 푸에테는 당시로서는 신기에 가까웠지만 발레리나의 테크닉이 점점 향상되면서 요즘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발레리나들은 32회전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1990년대 이후의 공연에서는 더블 턴을 섞은 32회전이 많아졌고 요즘은 트리플 턴을 하는 발레리나들도 있다”고 말했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줄리안 머피도 트리플을 섞은 화려한 32회전을 보여줘 흔히 ‘터너(Turner)’로 불리는 발레리나.
그러나 발레리나들은 “더블 혹은 트리플 턴이 관객들이 보기엔 화려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싱글로 32회전을 착착 감기듯 제대로 도는 게 더 어렵다”고 말한다.
또 32회전을 하면서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몸이 처음 회전한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제대로 된 동작으로 평가된다.
발레리나들이 ‘32회전’의 ‘지존’으로 꼽는 발레리나는 니나 아나니아시빌리. “스피드와 파워 면에서는 아나니아시빌리를 따를 사람이 없다”는 평을 듣는 발레리나다. 32회전을 할 때 관객들의 박수는 금물. 발레리나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회전하기 때문에 박수에 무척 예민해진다. 이 때문에 박수는 32회전이 끝난 다음에 치는 것이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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