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힘 빼고 부드럽게 진화했죠”… 5집 발표 박효신

  • 입력 2007년 1월 31일 03시 00분


사진 제공 나원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나원엔터테인먼트
“너무 오랜만이에요”라는 인사는 분명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가벼운 인사도 그에게 던지면 한없이 진지해진다. 3년 만에 5집 ‘더 브리즈 오브 시(The breeze of sea)’를 들고 나타난 가수 박효신(26·사진)은 인터뷰 시작부터 두 손을 모은 채 조근조근 얘기를 풀어 나갔다.

“최대 목표가 5집 발표였는데 ‘산고’를 겪고 나니 눈물이 났어요. 이젠 무슨 고민이 생겨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느덧 데뷔 8년째를 맞이했는데 후배도 많아지고 책임감도 들더군요.”

1999년 18세의 나이에 그가 선보인 ‘우우우우’ 하는 이른바 ‘소몰이 창법’은 충격 그 자체였다. ‘엔터테이너’가 판치는 가요계 분위기 속에서도 그는 ‘해줄 수 없는 일’(1집), ‘먼 곳에서’(2집), ‘좋은 사람’(3집), ‘그곳에 서서’(4집) 등 데뷔 이래 8년 동안 ‘개인기’ 없이도 성공했다. 때로는 그의 음색이 너무 짙어 ‘재미없는 가수’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가수는 음악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정공법에 충실했을 뿐이란다.

“사실 그간 음악이 무겁다 보니 진지한 척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이제 20대 후반이 되니 진짜 진지해진 것 같아요. 인간관계가 힘들다는 것도 느끼고 술 마시면 인생 얘기도 할 줄 알고…. 그런데 무엇보다 술 마시고 다음 날 일어나는 게 힘들어졌어요. 하하.”

그러던 그가 데뷔 8년 만에 결심했다. 바로 자신의 특기였던 ‘소몰이 창법’을 과감히 버린 것. 팬들에겐 ‘변신’이자 그에겐 ‘진화’라 일컬어진다.

“4집 활동을 마칠 때쯤 스스로 뒤돌아봤어요. 그간 너무 무겁고 마니아적인 음악으로 일관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좀 더 편안한 음악을 해 보자며 스스로 숙제를 낸 셈이죠. 최초의 시도가 바로 2004년 발표한 ‘눈의 꽃’이었죠.”

감정을 절제하고 최대한 담백하게 부르고 싶었다는 그의 생각도 생뚱맞은 것은 아니다. sg워너비, KCM, 바이브 등 어느덧 소몰이 창법을 구사하는 후배들이 가요계를 뒤덮을 정도로 늘어났고 “이젠 너무 지나치다”는 비판도 여기저기서 들렸다.

“음악은 자유로워야 하고 끊임없이 발전해야 되는데 마치 ‘소몰이’가 가요계 정답처럼 여겨졌다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저 역시도 그 안에 갇힌 가수로 남긴 싫었죠.”

파도 소리가 앨범 전반을 뒤덮은 5집은 타이틀 곡 ‘추억은 사랑을 닮아’부터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읊조리듯 노래하는 그는 분명 과거의 박효신이 아니었다. 여기에 120시간 이상을 녹음했다는 ‘메아리’, 어머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노래로 표현한 ‘1991년 찬바람이 불던 밤’ 등 억지로 울부짖던 과거의 그는 없었다.

“MP3 다운로드가 중요한 시대에도 음반이라는 본질은 변치 않는다고 생각해요.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중심도 없어지게 마련이니까요.”

선배 가수 임재범과 비교될 정도로 굵은 목소리와 기교를 자랑했던 박효신. 과거 노래보다 그의 목소리가 우선이었지만 이젠 다르다. 소속사끼리의 맞고소 사건으로 나름대로 고민과 역경의 시간도 보냈지만 그는 점점 부드러워지고 있다. 앨범 제목 ‘더 브리즈 오브 시’처럼. 그러나 시종일관 진지함은 변함이 없었다. “아, 진지하면 안 되는데…”라며 고뇌하는 가수. 잔잔한 파도가 불어오듯 그도 그렇게 바뀌고 있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