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첫 방영하는 SBS '사랑에 미치다'(토일 오후 9시 55분)로 2년 4개월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윤계상(29)의 소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제대한 뒤 첫 출연작인 이번 드라마에서 주인공 김채준 역을 맡았다.
"매회 눈물이 넘치는, 슬픔이 가득한 드라마예요. 그 동안 눈치 보느라 힘들 때도 운 적이 없었는데 쌓였던 응어리를 연기하면서 다 풉니다."
채준은 고아 출신으로 일찍 세상의 쓴 맛을 본 거친 남자다. 파일럿을 꿈꾸던 그는 음주운전을 하다 강재훈(류태준)을 치어 죽게 만들고 전과자 신분으로 항공정비사가 된다. 채준은 함께 근무하는 서진영(이미연)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가 재훈의 약혼녀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슴 아픈 운명을 맞이한다.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드는 감정이 바로 사랑이죠. 사랑에 미친 채준은 강하지만 한없이 순수한 남자입니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사랑에 미친' 경험에 대해 묻자, 윤계상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는 "오래 동안 정말 사랑했던 친구가 있었다"며 "한 때는 그녀를 위해 내 일과 모든 것을 버리려고 했을 정도로 미쳤었다"고 회상했다.
"이젠 그런 사랑을 못할 것 같습니다. 나이 들수록 여자의 집안이나 능력 같은 것도 따지게 되더라고요.(웃음)"
윤계상은 1999년 'god'의 멤버로 데뷔해 2001년 방송 3사의 가요대상을 휩쓰는 등 가수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연기자로 전업한 뒤 2004년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SBS)과 영화 '발레 교습소'에 출연했으나 반응은 싸늘했다. 그는 "'god'는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이지만, 배우 윤계상이 되기 위해선 스스로 그 틀을 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연이 누나(이미연)처럼 훌륭한 배우도 '아직 배우 호칭이 부담스럽다'고 하세요. 욕심 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갈 겁니다."
윤계상은 "군 생활을 통해 스타였을 때 몰랐던 세상을 배워 연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배고픔에 몰래 숨어 초코파이를 먹거나 TV에 나온 여자 연예인을 보고 동기들과 환호한 경험 등은 새로운 삶을 알게 된 기회였다는 설명이다.
"무대 위에서 열광하는 팬을 보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했습니다. 하지만 연기는 고독해요. 고민과 열정을 한 컷 한 컷에 담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남원상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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