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학원 챙기고… 맞벌이 엄마가 많이 늘었다지만 그래도 얼른 떠오르는 엄마의 모습이다. 광대가족의 엄마도 예외는 아니다.
광대 아우구스티의 아내는 하루 종일 집안일에 시달리느라 정신이 없다. 이름도 남편의 이름과 비슷한 아우구스티네다.
구경꾼들은 아우구스티의 멍청함에 웃음을 터뜨린다. “정말 타고났어!”라며 광대의 재능에 박수를 보낸다. 아내의 멍청함도 남편 못지않다. 서커스 무대에 올라 구경꾼의 환호를 받고 싶어 밤마다 꿈을 꾼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는 아내에게 집안일 잘하고 아이들 곁에 있으라고 웃어넘긴다.
어느 날 아우구스티가 치통 때문에 치과에 간 사이 서커스가 시작된다. 아우구스티네는 남편을 대신해 멋진 공연을 선보인다. 아우구스트는 아우구스티네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앞으로 함께 서커스 무대에 서자고 제안한다. 물론 둘이 함께 집안일과 아이 양육도 하면서.
영국의 인기작가 앤서니 브라운이 쓴 ‘돼지책’이 연상되는 페미니즘적인 작품이다. ‘돼지책’에서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아버지와 두 아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일을 엄마가 해주기만을 요구하다 돼지가 되는 경험을 한 뒤 집안일을 함께 나눠 하게 된다. 이 책은 더 나아가 가족 모두가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할 때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작가는 197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했으며 ‘왕도둑 호첸플로츠’와 ‘꼬마마녀’로도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광대 가족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담긴 그림들이 재밌다.
당장 “엄마가 정말 원하는 게 뭐예요?”라고 물어보자. 십중팔구 “네가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되는 거”라는 대답이 나올 터. 만일 먼 곳을 보며 잠시 대답을 머뭇거린다면 엄마에게 어떻게 꿈을 되찾아 줄까 고민해 보자. 물론 집안일을 나누는 방법도 함께.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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