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콤비 로알드 달과 퀸틴 블레이크가 만났다. 그러나 마냥 유쾌할 수만은 없다.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동물 9마리가 사람을 대상으로 벌이는 일들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돼지는 자신의 존재 의미가 베이컨과 소시지가 되는 것이라고 깨닫는다. 맞다. 돼지는 먹이를 주러 온 푸줏간 주인을 잡아먹는다. 돼지는 “오늘 나를 잡아서 점심 밥상에 올릴 생각이었을지도 몰라”라며 스스로 대견해한다.
부잣집 아들 로이는 애완용으로 개미핥기를 기른다. 로이는 개미핥기에게 스스로 개미를 잡아먹으라고 한다. ‘개미허리’라는 별명을 가진 늙은 고모가 놀러 온다. 개미핥기는 고모를 개미로 착각해 잡아먹는다. 순전히 착각이다.
로알드 달은 이같이 기발한 상상력과 엉뚱한 반전이 가득 찬 동물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분명 그는 엽기적인 이야기에 당황해하는 독자들을 보며 하늘나라에서 씩 웃음 짓고 있을 것이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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