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必自侮然後人侮之(인필자모연후인모지)’라는 말이 있다. ‘人’은 ‘사람’이다. ‘必’은 ‘반드시, 틀림없이’라는 뜻이다. ‘必須(필수)’는 ‘반드시 꼭’이라는 말이다. ‘須’는 ‘모름지기, 꼭’이라는 뜻이다. ‘自’는 ‘자기, 자신, 스스로’라는 뜻이다. ‘自我(자아)’는 ‘스스로의 나’라는 말이며, ‘自足(자족)’은 ‘스스로 만족하다’라는 말이다. ‘侮’는 ‘업신여기다, 깔보다’는 뜻이다. ‘侮辱(모욕)’은 ‘업신여겨서 욕되게 하다’라는 말이다. ‘辱’은 ‘욕되게 하다, 욕을 보이다’라는 뜻이다.
‘然’은 ‘그러하다, 그러한 모양, 그러한 모습’이라는 뜻이다. ‘自然’은 ‘스스로 그러한 모습’이라는 말이고 ‘必然’은 ‘반드시 그렇다’는 말이다. ‘後’는 ‘시간이나 공간상의 뒤’라는 뜻이다. ‘前後(전후)’는 ‘앞뒤’라는 뜻이며 ‘後代(후대)’는 ‘뒷 세대, 다음 세대’라는 말이다. ‘然後’는 ‘그러한 뒤에’라는 말이다. ‘人’은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을 나타낸다. 두 번째의 ‘人’은 ‘다른 사람’이라는 뜻이다. ‘之’는 지시대명사로 사용된다. 지시대명사는 앞에 나온 사람이나 사물을 나타내므로 여기에서는 ‘그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이런 의미를 합치면 ‘人必自侮然後人侮之’는 ‘사람이 자신을 업신여기게 되면, 그러한 후에는 틀림없이 다른 사람이 그를 업신여긴다’는 말이 된다. 타인에게서 업신여김을 당하는 이유는 대개 자기가 자기 자신을 먼저 업신여기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자신이 자신의 말을 아끼고 자신의 행동을 정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는 언제나 나에게서 나온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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