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B-boy 열풍 속 Bubbleboy 경계령

  • 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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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비보이 공연으로 관객 18만 명 동원과 3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 중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한 장면. 이 작품의 성공을 계기로 비보이 공연이 갑자기 늘면서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 제공 SJ비보이스
국내 최초의 비보이 공연으로 관객 18만 명 동원과 3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 중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한 장면. 이 작품의 성공을 계기로 비보이 공연이 갑자기 늘면서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 제공 SJ비보이스
몸값 치솟고 시장 커지자 지망생-기획사 마구 몰려

어설픈 공연에 경력 과장도… 거품 걷고 내실 다져야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연습실. 혈기왕성한 ‘춤꾼’들이 거울 앞에서 ‘헤드스핀’(머리를 바닥에 대고 몸을 회전시키기) ‘에어트랙’(손만 바닥에 짚고 돌기) 등 고난도의 동작을 펼치느라 여념이 없다. 비보이 공연 ‘더굿’에 출연하는 이들의 열기가 연습실을 달구자 몇몇은 윗옷까지 벗어던졌다. 지난달 19일 홍익대 인근 힙합클럽. 비니모자와 밀리터리룩 등 다양한 힙합 패션의 젊은이 300여 명이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좁은 클럽 안에 들어섰다. ‘2007 비보이유닛 월드 챔피언십’ 예선에 참가한 이들은 격렬한 동작을 뽐내며 대결을 벌였다. ‘공연’과 ‘배틀’, 다른 장르이지만 비보이에게 꿈은 하나다. 춤을 잘 춰서 최고가 되는 것. 그러나 비보이 열풍으로 돈과 인기가 몰리면서 그 꿈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열풍의 현주소

1월 말 열린 ‘교육박람회 2007’ 행사장에는 ‘비보이 로봇’ 6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헤드스핀’과 ‘프리즈’(손으로 몸 전체를 들어 지탱하며 멈추는 동작)를 일사불란하게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때 ‘뒷골목 문화’ ‘거리 문화’로 치부됐던 비보이는 요즘 로봇이 등장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문화관광부의 ‘비보이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비보이 인구는 3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보이의 인기 비결로는 신세대의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성향을 반영한 점을 들 수 있다.

이들의 몸값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치솟고 있다. 최고 대우를 받는 비보이 팀의 경우 2004년에는 15분 출연료가 100만 원 정도였지만 최근 500만 원 이상으로 뛰었다. 여러 기업광고에 비보이 모델이 등장했고 ‘갬블러’팀은 국민은행 광고로만 1억 원을 벌었다. MBC의 ‘오버 더 레인보우’와 Mnet의 ‘브레이크’ 등 비보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2006년 방영됐고 ‘익스프레션’과 ‘갬블러’ 같은 팀은 팬카페 회원이 10만여 명에 이른다.

연기와 음악을 가미한 비보이 공연이 인기를 모으면서 지금 공연 중인 ‘비사발’ ‘마리오네트’ 등 7개를 비롯해 올해만 12개 이상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2005년 말 시작된 ‘비사발’은 18만 명의 관객 동원과 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돈 잔치’의 거품

하지만 이 같은 양적 팽창을 질적 성장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비보이 팀은 10여 개 100여 명에 불과한데 각종 대회와 공연의 난립으로 수요를 채우지 못하면서 거품이 생기는 것.

또한 국내외 비보이 대회의 입상 경력이 경기 규모와 무관하게 과장되기도 한다. 국제대회를 기획 중인 담당자는 “최근 유명 비보이 팀이 세계대회 우승을 내세워 홍보했지만 메이저대회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메이저대회는 ‘배틀 오브 더 이어’ ‘프리스타일 세션’ ‘유케이 비보이 챔피언십’ ‘레드 불 비시 원’ 등 4개 정도다.

공연에서도 비슷한 작품이 관객을 분산시키며 티켓 판매 점유율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인터파크 집계에 따르면 2006년 9월 ‘마리오네트’(5위)와 ‘비사발’(8위)이 전체 공연예매 점유율 순위 10위권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1월 현재 ‘비사발’(12위)만 20위권에 머물렀다. 몇몇 공연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스토리가 유치하다” “춤 실력이 기대 이하” 등의 관람후기도 눈에 띈다.

‘비사발’의 주연 정영광(25) 씨는 “어설픈 공연이 비보이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오해를 남기고 전체 이미지까지 흐리게 한다”고 우려했다. ‘마리오네트’의 안무가 이우성(31) 씨도 “요즘은 춤보다 돈과 인기만 바라보고 몰린 비보이들이 절반 이상”이라며 거품을 우려했다. 기획사가 10곳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대부분 인재 육성과 연습실 확충 등을 외면하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언더그라운드 문화인 비보이가 상업화하면서 과도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비보이협회 김상규 이사는 “시장원리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뚜렷해지면 거품도 걷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서현아(23·서울대 독어교육과)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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