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貴有恒(정귀유항)’이라는 말이 있다. ‘政’은 원래 ‘바르다, 바르게 하다’라는 뜻인데, 이로부터 ‘정치’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政治(정치)’는 ‘바르게 다스리다, 바르게 처리하다’라는 말이다. ‘貴’는 ‘귀하다, 귀한 사람, 귀하게 여기다’라는 뜻이다. 편지 받는 사람의 이름에 붙여 쓰는 ‘貴下(귀하)’는 ‘귀한 사람의 아래에 놓습니다’라는 뜻이다. ‘下’는 ‘아래, 아래로 내려가다’라는 뜻이다. 편지를 받는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기관이나 단체인 경우에는 흔히 ‘貴中(귀중)’이라고 쓴다. 이 경우의 ‘貴中’은 ‘귀한 가운데에 드립니다’라는 뜻이다.
‘有’는 ‘있다’라는 뜻이다. ‘有備無患(유비무환)’은 ‘준비가 있으면 걱정할 일이 없다’라는 말이다. ‘有償增資(유상증자)’는 ‘보상이 있는 자본의 증가’라는 뜻이다. ‘償’은 ‘보상’이며, ‘增’은 ‘늘다, 증가하다’라는 뜻이다. ‘恒’은 ‘항상, 항상성’이라는 뜻이다. ‘恒心(항심)’은 ‘항상성이 있는 마음’, 즉 ‘항상 일정한 마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다. ‘恒産(항산)’은 ‘항상 있는 재산’, 즉 ‘일정하게 소유하는 재산’이다. 사람은 恒産이 있어야 恒心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이런 의미를 정리하면 ‘政貴有恒’은 ‘정치는 항상성이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하면 정책이 자주 변하고, 정치인의 생각이 자주 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치인의 지조가 중시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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