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한약재와 어울리고 김치와도 찰떡궁합…떡의 진화

  • 입력 2007년 2월 10일 02시 54분


우리 민족의 정겨운 먹을거리인 떡이 퓨전 형태로 진화하면서 서양 음식에 길들여진 젊은 층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떡·부엌살림박물관’ 윤숙자 관장이 설날용 떡을 선보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우리 민족의 정겨운 먹을거리인 떡이 퓨전 형태로 진화하면서 서양 음식에 길들여진 젊은 층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떡·부엌살림박물관’ 윤숙자 관장이 설날용 떡을 선보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설이 가까워지면 어머니는 ‘배피 떡’을 만드셨다. 녹두나 팥을 익혀 소를 만들고, 찹쌀로 만든 떡이 잘 익으면 뜨거울 때 떼어 소를 넣었다. 주먹만 한 떡엔 콩가루를 묻혔다. 어머니는 배피 떡을 하기 전에 쌀 대신 차조로 만든 좁쌀떡을 인절미처럼 떼어낸 뒤 함지의 콩고물을 묻혀 아이들의 배를 불렸다.”

서울 종로구 와룡동 ‘떡·부엌살림박물관’ 윤숙자(60) 관장의 회상이다.

윤 관장의 고향은 개성이다. 그때 배피 떡은 손님 차지였다. 정월 세배 손님이 올 때마다 상에 내놓았다. 아이들 몫으로 좁쌀떡을 만든 건 살림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 우리네 어머니들의 지혜다.

한입에 먹게 크기 작아져

우리 민족의 정겨운 먹을거리인 떡이 참살이(웰빙) 바람을 타고 진화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맛과 색을 내는 재료다. 과거에는 콩이나 팥이 주로 사용됐지만 이제는 호두 아몬드 땅콩 등 견과류는 물론 인삼 같은 한약재까지 들어간다. 고구마 호박 당근 유자 시금치 녹차 홍차 와인 딸기 등도 떡과의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요즘 나오는 떡의 색은 한복을 연상시킬 만큼 예쁘다. 인공 색소를 쓰지 않고 천연 재료를 이용해 고운 색을 얻는 것이 장점이다. 붉은색은 오미자, 초록색은 녹차와 쑥, 노란색은 치자, 검은색은 흑임자의 힘이다. 진달래 국화 등 철 따라 피는 꽃도 떡의 품격을 높인다.

스파게티-파이로까지 변신

이 박물관 1층에 있는 떡 카페 ‘질 시루’의 김치말이 떡은 한류의 대표 음식인 김치를 떡에 접목시킨 것. 떡의 쫄깃한 맛과 속 재료로 들어간 김치의 시큼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이곳에서는 50여 가지의 퓨전 떡을 맛볼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떡 카페인 ‘미단’의 별미는 ‘조롱이떡 스파게티’. 스파게티 면 대신 조롱이떡을 살짝 삶은 뒤 해물을 얹고 토마토소스로 마무리했다. 3색 설기, 10가지 경단, 코코넛 단자 등도 인기 메뉴다. 젊은 층을 겨냥해 딸기 경단과 땅콩 단자, 밀가루 대신 찹쌀과 멥쌀로 만든 파이를 개발했다.

한입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진 떡도 많다. ‘동병상련’(종로구 옥인동)에서는 사과 호박 녹차 고구마 등 20여 가지의 재료를 사용한 ‘조각 떡’을 판매한다.

유통기한 문제도 해결

그동안 떡의 대중화를 가로막은 최대 걸림돌은 하루 정도에 불과한 유통기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초보적인 해법이 등장하고 있다.

질 시루는 일부 떡을 레토르트 용기에 담아 팔고 있다. 달호박 케이크떡, 생딸기 케이크떡, 향커피 케이크떡 등 8가지로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데우면 그대로 먹을 수 있다.

“유통기한 문제만 해결된다면 떡이 김치에 이어 대표적인 한류 상품이 될 겁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능숙한 손놀림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던 ‘떡보’ 막내딸 윤 관장의 말이다. 그의 왼손 검지에는 2cm의 흉터가 남아 있다. 어린 시절 얼른 먹을 욕심에 손을 뻗었다가 칼에 찍혀 생긴 것. 그 상처는 2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만나게 한다.

떡 맛은 사람 맛이다. 세상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어머니의 손맛이기도 하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퓨전 떡 만들기

○ 고구마 떡 케이크

▽재료=멥쌀가루 5컵, 소금 반 큰술, 찐 고구마 150g, 설탕 3분의 1컵, 생고구마 20g, 설탕시럽(설탕 1큰술, 물 2큰술)

1. 쌀을 씻어 물에 8∼12시간 담갔다 건져 물기가 빠지면 소금을 넣고 빻아 체에 내린다.

2. 고구마는 찜통에서 푹 찐 다음 껍질을 벗겨 체에 내린 뒤 쌀가루에 넣어 고루 섞는다.

3. 김이 오른 찜통에 쌀가루를 얹어 10분 정도 찐다.

4. 생고구마를 얇게 썰어 설탕시럽에 조린 뒤 떡 위에 장식한다.

○ 녹차단자

∇재료=찹쌀가루 5컵, 소금 반 큰술, 소(거피 팥고물 2컵, 소금 1작은술, 분태땅콩 50g, 꿀 약간), 고물(카스텔라 3개, 녹차가루 3작은술)

1. 찹쌀은 3, 4회 깨끗이 씻어 물에 8∼12시간 담갔다가 건진다. 찹쌀에 소금을 넣고 빻아 체에 내려서 고운 가루로 만들어 반죽한다.

2. 거피 팥고물에 분태땅콩을 넣고 꿀과 함께 버무린 뒤 동그랗게 소를 만든다.

3. 카스텔라는 노란 부분만 체에 내린 뒤 녹차가루를 넣어 녹차단자 고물을 만든다.

4. 찹쌀 반죽에 소를 넣고 직경 2.5cm, 높이 1.5cm 정도로 동글납작하게 빚은 뒤 끓는 물에 삶아 물기를 뺀다. 녹차 고물을 묻힌 뒤 절편을 꽃 모양으로 찍어 장식한다.

○ 김치말이 떡

▽재료=멥쌀가루 2컵, 찹쌀가루 반 컵, 소금 3분의 2작은술, 흑미가루 2컵, 김치 200g, 참기름 1작은술, 설탕 약간, 깻잎 2장

1. 쌀은 깨끗이 씻은 뒤 소쿠리에 건져 소금을 넣고 가루로 빻아 체에 내린다.

2. 멥쌀가루는 파란색 천연색소로 수분을 주고 흑미가루는 물을 주어 찜통에 찐 뒤 절구에서 친다. 쪄낸 절편은 밀대로 밀어 서로 겹쳐 준다.

3. 김치의 속과 양념을 모두 뺀 뒤 참기름, 설탕을 넣고 볶는다. 볶은 김치의 국물을 짜낸 뒤 물에 살짝 씻어 한 번 더 짜낸다.

4. 겹친 반죽에 깻잎을 깔고 김치를 넣어 잘 말아 준 뒤 1cm 간격으로 썬다.

○ 떡 샌드위치

▽재료=멥쌀가루 4컵, 찹쌀가루 1컵, 소금 반 큰술, 버터 2큰술, 양배추 50g, 양파 3분의 1개, 오이 반 개, 햄 50g, 감자 50g, 달걀 1개, 마요네즈 반 컵, 우유 적당량, 소금 약간

1. 쌀은 깨끗이 씻어 8∼12시간 물에 담갔다 소쿠리에 건져 소금을 넣고 가루로 빻아 체에 내린다.

2. 1에 버터와 우유를 넣고 잘 섞어 다시 한 번 체에 내린다.

3. 찜통에 젖은 면보자기를 깔고 떡 틀에 쌀가루 2컵을 넣은 뒤 칼집을 내어 찐다.

4. 양배추 양파 오이를 채 썰어 소금에 절인 후 물기를 제거하고, 햄은 끓는 물에 데쳐 기름기를 빼고 채 썬다. 감자는 삶아 으깨고, 달걀은 채 썰어 마요네즈로 버무린다.

5. 떡 한쪽 면에 4를 바르고 떡을 맞붙인 뒤 썰어 낸다.

떡 카페 및 퓨전 떡 파는 곳 (서울)
질시루종로구 와룡동 본점 02-741-0285인사점 02-733-5477
미가람중랑구 망우동 02-493-6607
사대명가서초구 방배동 02-3482-1233
동병상련종로구 옥인동 02-734-3124
지화자강남구 도곡동 02-575-3987
미단영등포구 여의도동 02-782-4775
다미재종로구 동숭동 02-744-8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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