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서양 동화 속에 등장하는 공주들의 피부는 하나같이 하얗고 곱다.
만화영화 ‘슈렉’의 피오나 공주도 원래 미녀일 때에는 깨끗한 피부였다.
서양의 눈으로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백설공주가 아닌 흑설공주, 여드름이나 주근깨가 많은 신데렐라는 상상하기 어렵다.
영국 절대주의 왕정의 전성기엔 16세기. “짐은 국가와 결혼했다”면서 평생 독신으로 산 엘리자베스 1세.
그녀는 ‘페이스트’ 라는 납과 식초를 섞은 미백분을 사용해 피부를 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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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권력을 휘두른 여왕도 고운 피부를 원했다.
17세기 말 프랑스 상류사회의 귀부인들은 얼굴에 바른 화장품 때문에 사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얀 피부를 갈망해 납중독을 아랑곳하지 않고 맹독을 얼굴에 발랐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여성이라고 크게 다르랴. 고운 피부를 갈망하는 여심(女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촉촉하고 고운 피부를 위해 우유 요구르트 오이 참기름 오렌지 등으로 마사지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꿀 잡곡 과일 등 피부에 좋다는 것은 주저 없이 바른다.
뽀얗고 탄력있는 피부를 무기로 황토팩 사업을 벌인 연기자 김영애(58) 씨는 연간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사막의 나라인 중동까지 진출했다. 많은 중년 여성은 황토팩으로 가꿨다는 김 씨의 피부가 부러워 제품을 샀을 것이다.
화장품 업계 모델 섭외 1순위는 ‘산소 같은 여자’가 닉네님인 이영애 씨다. 30대 중반을 넘었지만 투명하고 맑은 피부 덕택이다. 피부에서 배어 나오는 깨끗한 이미지는 누구도 따라잡지 못하는 그녀만의 가치다.
유행에 민감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압구정동 일대에는 최근 2~3년 동안 피부과의 피부관리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대부분 문전성시를 이룬다.
여성은 아름다운 피부를 얻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맑고 고운 피부는 매력이자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피부의 생리학 & 피부미인의 역사
평생 1000번 벗겨지며 변신… 영양 주고 손질하면 누구나 미인
세요설부(細腰雪膚). ‘실처럼 가는 허리와 눈처럼 깨끗한 피부’는 시대를 초월한 미인에 대한 표현이었다.
깨끗하고 고운 피부는 미인의 첫째 조건이다. 잡티 없는 뽀얀 피부만으로도 뭇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
일본에는 ‘피부가 고우면 7가지 흉이 가려진다’는 속담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관북미색(關北美色)이란 말이 있었다. ‘키가 늘씬하고 살결이 희며 머리가 검고 긴 함경도 미인’을 지칭한다.
60여 년 전만 해도 동동구리무, 코티분, 박가분 등 피부를 뽀얗게 보이게 하는 화장품이 인기를 끌었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 아내에게 박가분이라도 사주는 남편은 어깨를 펼 수 있었다.
○4주마다 새 피부로 완전히 바뀐다
피부는 인체에서 가장 큰 기관이다. 성인의 피부는 신체 무게의 20%를 차지한다. 펼치면 남자는 평균 1.9m², 여자는 1.6m²나 된다.
몸의 가장 바깥쪽을 감싸 바람과 추위, 각종 균과 유해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게 피부의 기능이다. 또 외부의 자극을 느끼고 체온을 조절해 준다. 몸에서 생기는 노폐물도 배출한다.
피부는 겉에서부터 표피, 진피, 피하조직의 순으로 이뤄져 있다.
표피는 가장 밖에 드러나 있는 피부다. 평균 두께는 0.2mm이며 세포가 죽으면 각질이 된다. 표피는 끊임없이 벗겨져 4주마다 완전히 새 피부로 바뀐다. 평생 1000번 정도 탈피하는데 떨어져 나가는 표피의 무게는 48kg에 이른다.
진피는 표피 아래의 층으로 표피보다 몇 배 두껍다. 표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콜라겐과 엘라스틴 섬유를 만들어 내 피부에 탄력을 준다.
피하조직은 피부와 그 밑의 근육 및 뼈 사이에 있는 부분이다. 지방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피하지방’으로도 불린다. 피하지방의 양에 따라 체형이 달라져 신체의 곡선미와도 관련이 깊다.
피부가 희고 검은 정도를 조절하는 것은 멜라닌 색소다. 백인과 흑인, 동양인에게 있는 멜라닌 세포의 수는 동일하다. 다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멜라닌 색소의 크기나 수에 차이가 있어 피부색이 달라지는 것이다. 특히 동양인은 멜라닌 색소가 활발하게 활동해 기미 등 잡티가 생기기 쉽다.
○클레오파트라, 양귀비, 황진이의 피부관리법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세미인은 한결같이 깨끗하고 뽀얀 피부를 가졌다. 이들은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고 자기만의 피부관리 비법을 갖고 있었다.
우유, 약초, 진흙, 맥주거품…. 서양 미인의 상징인 고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별의별 피부 관리법을 사용했다. 발효된 우유와 레드와인을 욕조에 풀어 와인 목욕을 즐겼다고도 한다. 특히 발효된 우유가 피부 각질을 녹여 탱탱한 피부를 유지시켰다.
중국의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양귀비는 백옥 같은 피부를 가꾸기 위해 궁궐 안에 200명이 넘는 미용 인력을 두었다. 살구씨를 이용해 윤기 있고 빛나는 피부를 유지했다. 2000km나 떨어진 열대지방에서 ‘리치’라는 과일을 공수해 먹었으며, 온천물이 쏟아지는 화청지의 해상탕에서 목욕을 즐겼다.
조선시대 황진이는 피부에 생기를 주기 위해 인삼 잎을 달인 물로 얼굴을 씻고 목욕을 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기미 등 잡티를 예방하고 주름살을 방지해 고운 피부를 가질 수 있었다.
고대 로마 황제 네로의 부인 포파이야는 세기의 미인은 아니지만 피부에 대한 집착은 클레오파트라보다 한 수 위였다. 매일 아침과 저녁 당나귀의 젖으로 목욕했는데 이를 위해 500명의 노예와 500마리의 당나귀를 두었으며 여행을 떠날 때도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 피부미인이 되려면
하루 물 8잔 이상 마시고
1주일 두번은 마사지-팩
옛날에는 하얀 피부가 귀티 나고 아름답다고 여겨져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무조건 흰 피부보다는 맑고 투명한 피부를 더 선호한다.
‘쌩얼’(맨얼굴)로 대표되는 피부미인들은 하나같이 여드름은 물론 기미 주근깨 등 잡티 없는 맑은 피부의 소유자들이다. 쌩얼 연예인들의 얼굴에선 잡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피부는 광채가 난다. 피지가 넘쳐 번들거리는 것이 아니라 매끈한 피부가 스스로 빛난다. 나이트클럽에서 조명을 받아 빛나는 펄 메이크업이 아닌 피부 자체의 발광은 그야말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의 상징이다.
잡티 없고 건강한 피부를 얻으려면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혈액순환을 방해해 피부트러블을 일으킨다. 혈액순환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생리작용이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하루에 8잔 이상 물을 마신다. 실내에 가습기를 틀어 피부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면 도움이 된다. 일주일에 2번 정도 마사지나 자연팩을 하는 것도 좋다. 특히 꿀과 우유를 섞어 바르면 촉촉하고 탄력 있는 피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피부 노화가 걱정이라면 폴리페놀이 풍부한 와인을 화장솜에 적셔 팩을 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환절기 여성들의 고민거리인 각질은 세안 시 폼 클렌징에 녹차가루나 흑설탕을 섞어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단, 이렇게 자연팩을 할 때는 팩을 하고 난 후 잔여물이 피부에 남아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도록 깨끗하게 얼굴을 씻어야 한다. 팩 재료를 선택할 때도 상한 재료는 오히려 피부에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피부 관리만으로는 결코 아름답고 건강한 피부의 주인이 될 수 없다. 건강하고 조화로운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균형 있는 식습관과 규칙적인 생활, 적당한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극복해야 한다. 단기간 효과를 노리는 요법보다는 피부의 신진대사를 촉진해 피부 세포 자체를 건강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최상의 피부 관리법이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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