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醉强酒(오취강주)’라는 말이 있다. ‘惡’는 ‘싫어하다, 미워하다’라는 뜻이다. 이런 경우에는 ‘惡’를 ‘오’로 발음한다. ‘憎惡(증오)’는 ‘미워하고 싫어한다’는 뜻이다. ‘憎’은 ‘미워하다’는 뜻이다. ‘嫌惡(혐오)’도 ‘싫어하고 미워하다’라는 말이다. ‘嫌’은 ‘싫어하다, 의심하다’라는 뜻이다. ‘惡’을 ‘악’으로 읽으면 ‘惡人’과 같이 ‘나쁘다’는 뜻을 갖는다. ‘醉’는 ‘취하다’라는 뜻이다. ‘醉漢(취한)’은 ‘술 취한 사나이’라는 말이다. ‘漢’은 ‘사나이’라는 뜻을 갖는데 훌륭한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는 없다. ‘惡漢(악한)’의 ‘漢’이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醉興(취흥)’은 ‘취해서 나오는 흥’이고, ‘醉生夢死(취생몽사)’는 ‘취하여 살다가 꿈속에서 죽다’, 즉 부질없이 살아가는 허송세월을 나타낸다.
‘强’은 원래 ‘강하다, 힘세다’라는 뜻이지만 이로부터 ‘억지로, 억지로 시키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强勸(강권)’은 ‘억지로 권하다’라는 말이고, ‘强制(강제)’는 ‘억지로 제한하다’라는 말이다. ‘酒’는 ‘술’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술을 마시다’라는 뜻이다. ‘酒仙(주선)’은 ‘술을 마시는 신선’이라는 말이고, ‘酒黨(주당)’은 ‘술을 마시는 무리’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惡醉强酒’는 ‘취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억지로 술을 마신다’라는 말이 된다.
취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억지로 술을 마시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권력을 차지하려고 하면서도 국민의 뜻을 알려고 하지 않는 일, 살피면 보이는 데도 살피지 않는 일, 열심히 하면 될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일이 여기에 속한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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