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뮤지컬의 막공(마지막 공연)은 유료관객점유율이 가장 높은 공연이자, 티켓이 가장 먼저 팔려나가는 공연이다. 막공의 예매율은 보통 다른 공연보다 2,3배 이상 높다. 그래서 막공은 굳이 기업을 상대로 단체 판매도 하지 않는다. 서로를 초대해 공연을 보여주는 공연기획자들 사이에서도 막공을 피하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자 예의다.
'막공'엔 대체 무엇이 있기에?
ⓛ보너스 선물이 있다
25일 막을 내리는 '클로저 댄 에버'는 막공 관객을 위해 깜짝 선물을 마련했다. 류정한, 고영빈 등 주인공 배우들이 공연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모자, 가방, 여행트렁크, 목도리 등 소품을 추첨을 통해 나눠주기로 한 것. 또 관객 전원에게 공연 프로그램과 포스터를 무료 증정한다.
다음달 4일 1차 시즌의 막을 내리는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도 막공 이벤트로 출연 배우들의 사인이 담긴 사진첩 300개를 막공 관객에게 선물한다. 이 뮤지컬의 마케팅 담당 김현옥 씨는 "'달고나' 막공 때부터 사진첩 증정을 해왔는데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 모든 공연 막공마다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②열광적인 커튼콜이 있다
막공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역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커튼콜. '감동 막공'의 대표적 사례로는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커튼콜이 꼽힌다. 연일 이어진 기립박수에 감동한 한 프랑스 배우들은 무려 50분 이상 열창하며 커튼콜을 이어갔다.
지난해 가수 김태우가 출연한 '알타보이즈'도 막공 때 트리플 캐스트까지 모두 나와 개인기까지 선보이며 1시간 반 동안 커튼콜을 했다.
막공 커튼콜만의 또 다른 즐거움은 다른 스타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막공인 만큼 더블 캐스트들도 모두 나와 무대 인사를 하기 때문.
'지킬 앤 하이드' 막공 때는 류정한이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지만 조승우도 나와 무대 인사를 했다. 뮤지컬 마니아 김수정(33)씨는 "막공은 공연 자체의 분위기도 다른 때보다 훨씬 좋지만, 열광적인 커튼콜이 주는 재미와 감동도 크다"고 말했다.
③특별한 이벤트가 있다
웬만한 막공에서는 공연후 팬들이 준비한 케이크가 10여개 가까이 무대에 올려진다. 4일 끝난 뮤지컬 '하루'의 막공에서도 오만석 팬클럽이 공연 상징물인 시계 모양의 3단 케이크를 만들어와 증정식을 가졌다.
연습 과정이나 공연 모습을 담은 10분 안팎의 영상물 상영도 요즘 막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벤트.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의 경우 제작진은 배우들에게 "커튼콜이 끝난 뒤 불이 꺼져도 퇴장하지 말라"고 귀띔했다. 커튼콜이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관객들은 이 작품의 상징이었던 '나비'를 종이로 접어와 무대 위 배우들을 향해 일제히 날려 배우들을 감동시켰다.
공연은 계속되지만 캐스팅이 바뀔 경우 '배우막공'에는 제작진이 배우를 위해 이벤트를 열어주기도 한다. '헤드윅'의 경우 송창의의 막공일에는 극중 대사에서 '젤리'가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는 것에 착안, 라이브 밴드 멤버들이 환송 선물로 송창의와 관객들에게 사탕과 캔디를 던져주기도 했고, 이영미의 막공에는 제작진이 과거 이영미가 이아미라는 이름으로 잠깐 가수활동을 했던 시절의 음반을 어렵게 구해 그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공연 영상을 틀어주자 배우도 울고, 팬들도 울어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막공의 90%이상을 차지하는 마니아들은 공연 내용에 맞춰 자체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한다. '헤드윅' 막공 때는 마니아들이 헤드윅의 금발 가발을 본뜬 초미니 가발을 준비해 와 엄지손가락에 끼운 뒤 노래에 맞춰 흔들기도 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막공 때는 아예 마니아들이 공연에 '참여'했다. 남자주인공이 '한양서 김서방 찾기'를 부를 때 "의대생이 아닐까? 철학과가 아닐까? 영문과가 아닐까?"라는 가사에 맞춰 객석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아는 마니아들은 '나 의대생' '나 철학도' '나 영문과'라는 팻말을 준비했다가 배우가 다가올 때마다 들어 보여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한 뮤지컬 마니아는 "막공은 마니아들에겐 재미있지만, 그 공연을 처음 보는 일반 관객은 그런 분위기가 싫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뮤지컬 마니아 유수민씨는 "막공은 한번 이상 그 작품을 본 사람이 온다. 작품의 성패를 떠나 막공 관객들은 일단 그 작품(혹은 배우)에 애정이 있기 때문에 공연장 분위기도 훨씬 좋다. 어찌 보면 그 공연을 쭉 지켜온 사람들끼리의 마지막 파티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⑤숨은 재미가 있다
막공 때는 배우들의 '애드리브'(즉흥대사)나 행동도 많다. 배우들도 막공이 주는 감회 때문에 분위기가 '업'되기 때문이다. 뮤지컬 '하루' 막공에서는 더블 캐스트인 양소민과 연출 김장섭이 앙상블 중 한명으로 슬쩍 무대에 서기도 했다.
연극 '라이어'에서 동성애자 '시릴'은 극중 대사 속에서만 등장할 뿐 실제 공연에는 나오지 않는 캐릭터. 하지만 막공 때는 갑자기 한 배우가 "내가 시릴"이라며 불쑥 등장해 배우마저 배꼽을 잡기도 했다.
마니아들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같이 평소와 다른 점을 찾아내는 것을 즐기기도 하지만 연출가는 대부분 배우들이 막공 때 지나치게 '풀어지는' 것을 경계해 되레 배우들을 '조인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막공'이 '마지막 공연'이 아닌 '막가는 공연'이 되기도 하니까….
⑥배우끼리의 비밀이 있다
아무리 공연을 많이 본 마니아라도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는 연출가도 알아채지 못하는 배우들만의 '비밀'이 막공엔 숨어 있다. 지난해 '맘마미아' 막공에서는 후배들이 남자 주인공 성기윤을 놀려주기 위해 소품을 바꿔쳤다. 가족사진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원래 소품 대신 엽기적인 포즈로 찍은 스태프들 사진을 넣어놓았던 것. 후배들의 장난에 웃음을 참아야 했던 그에게도 자신이 저지른(?) 잊지 못할 막공 추억이 있다.
"'시카고' 때였다. 남자들이 여주인공 록시를 에워싸고 '롸~악~시이, 롸~악~시이' 하며 숨을 내뿜듯 노래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막공이다 보니 다들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래서 록시 역을 맡은 여배우를 위해(?) 남자들 모두 그 장면 직전에 양파와 마늘을 까먹고 나갔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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