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열풍의 중심에는 ‘잘나가는’ 작곡가 조영수(31)가 있다. sg워너비의 ‘내 사람’, 씨야의 ‘여인의 향기’, 김종국의 ‘사랑한다는 말’ 등 지난해에만 20여 곡을 발표해 작곡 수입만으로 10억 원을 벌었고 연말 시상식에서는 작곡가상을 휩쓸었다.
그런 그가 2일 자신의 이름을 건 음반 ‘조영수 프로젝트-올스타’를 발표하며 ‘탈(脫)미디엄템포 발라드’를 외쳤다.
“미디엄템포 발라드는 1970, 80년대에도 있었던 음악이에요. 그 인기는 민족성에 기인한다고 믿고요. 리듬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미디엄템포는 적당히 즐길 수 있는 리듬이고 여기에 한이 서린 발라드를 섞으니 세대를 막론하고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없죠.”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 등 2000년대 초반부터 미디엄템포 발라드 곡들이 인기를 얻었지만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것은 조영수가 참여한 2004년 sg워너비 1집부터다.
이후 정통 발라드를 위협할 정도로 이 음악은 가요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그가 예측하는 인기 유효기간은 2년. “가요계가 획일화됐다” “공장에서 찍어 내듯 만든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도 고개를 끄덕인다.
“가요계 음반 시장이 붕괴되고 앨범보다는 싱글, 대곡보다는 3분짜리 곡에 승부를 거는 분위기죠. 갈수록 음악을 진지하게 듣는 풍토는 사라지고 제작자들은 상업적 성공 때문에 ‘조영수 스타일’에 안주하고…제 노래들이 히트했지만 가요계가 한 장르에 치우친 건 정말 죄송해요.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저부터 나서서 해결해야 할 숙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결심한 것이 바로 미디엄템포 발라드에서 벗어나자는 것. 이기찬의 ‘미인’이나 KCM의 ‘안녕’ 등 최근 그가 만든 곡들은 정통 발라드 곡에 가깝다. sg워너비, 씨야, 장혜진, 신혜성, 다이나믹듀오 등을 대동해 만든 그의 프로젝트 앨범에서는 씨야가 부른 ‘미워요’와 sg워너비, KCM이 함께 부른 ‘가시리’ 등 두 곡만 미디엄템포 발라드다.
자신이 직접 부른 아카펠라 곡 ‘마이 스타일’, 오케스트라 연주곡 ‘서른둘의 자화상’, 결혼 축하곡 ‘영수와 유리’ 등을 통해 변화를 시도했다. “앞으로 미디엄템포 발라드가 조영수의 전부가 아님을 알리는 것이 목표”라는데 그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일까.
“지금이 가요계엔 최악의 시대 같아요. 매체와 환경은 시시각각 변해 가고 시장도 커지는데 수익 배분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미디엄템포 발라드도 음악 장르 중 하나일 뿐인데 가요계 상황이 척박하다 보니 ‘역적’으로 몰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가요계도 회복될 거라고 믿어요.”
2003년 옥주현의 솔로 앨범에 참여하면서 작곡가 활동을 시작한 그는 대학(연세대 생명공학과 95학번) 시절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음악가의 꿈을 굳혔다. ‘MP3 시대’를 살아가는 작곡가이지만 정작 그는 “김형석, 김건모, 보이즈 투 멘의 CD를 들으며 잠 못 이룬 1990년대 사람”이란다. 그런 그에게 김형석-윤일상-주영훈-박근태 등 스타 작곡가의 계보를 잇는 것보다 더 원대한 꿈이 있다는데….
“나의 우상인 보이즈 투 멘 형님들에게 곡을 주는 것이죠. 미디엄템포 발라드도 좋지만 멜로디가 풍부했던 그 시절을 잊지 못해요. 아,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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