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67>畵狗最難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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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떤 사람이 유명한 화가에게 물었다.

“그대는 무슨 그림을 그리기가 가장 쉬운가?”

화가가 대답했다.

“귀신이나 용을 그리기가 가장 쉽습니다.”

“귀신이나 용은 본 적이 없을 텐데, 어찌하여 그것을 그리기가 가장 쉽다는 말인가?”

“귀신이나 용은 제가 본 적이 없지만 다른 사람도 역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무렇게나 그려 놓아도 사실과 다르다고 시비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그림을 그리기가 가장 어려운가?”

“개를 그리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왜 그런가?”

“개는 누구나 항상 봅니다. 그러므로 조금만 잘못 그려도 잘못 그린 부분을 금방 찾아냅니다. 그러므로 개를 그리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 ‘畵狗最難(화구최난)’이다. ‘畵’는 ‘그림’이라는 뜻이지만 ‘그림을 그리다’라는 뜻도 있다. ‘畵家(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 경우의 ‘家’는 ‘학문이나 예능 분야에 전문적인 기능을 가진 사람’을 나타낸다. ‘彫刻家(조각가), 書藝家(서예가)’의 ‘家’가 그러하다. ‘狗’는 ‘개’라는 뜻이다. ‘最’는 ‘가장’이라는 뜻이고, ‘難’은 ‘어렵다’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畵狗最難’은 ‘개를 그리기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누구나 아는 현상을 쉽게 설명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부모의 사랑을 자식에게 설명하기 어렵고, 가난이 나중에는 행복의 근원이 된다는 사실을 가난한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렵고, 노력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젊은이에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진실과 진리가 승리한다는 사실은 더더욱 설명하기 어렵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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