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티켓 모아두면 돈… 돈… 돈… ‘릴레이티켓’ 확산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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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의 ‘티켓 앨범’. 명함첩과 다이어리 스타일 등 두 종류가 있다. 남원상  기자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의 ‘티켓 앨범’. 명함첩과 다이어리 스타일 등 두 종류가 있다. 남원상 기자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를 보러 가려는 알뜰한 A 씨.

예매하기 전 가장 먼저 한 일은 예전에 본 공연 ‘점프’의 티켓을 찾는 것.

‘점프’ 티켓을 버리지 않고 보관해 둔 덕분에 A 씨는 ‘경숙이…’의 티켓을 20% 싸게 샀다.

어떻게? 바로 ‘릴레이티켓’제도 덕분이다.

이미 본 공연의 티켓을 다른 공연의 할인권으로 사용할 수 있는

릴레이티켓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

현재 이를 시행 중인 작품은 10여 편으로 공연에 따라 10∼50% 할인받을 수 있다.

5개 작품과 손잡고 릴레이티켓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의 마케팅 담당 김현옥 대리는 “예전엔 같은 제작사의 작품끼리만 실시했으나 요즘은 다른 공연 제작사와도 손잡는다”며 “릴레이티켓 공연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이미 본 공연 티켓을 모아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릴레이티켓은 2, 3년 전 서울 대학로에서 소극장 뮤지컬이 붐을 이룰 때 등장했다. 처음에는 일부 뮤지컬이 서로 티켓을 할인해 주는 ‘쌍방 릴레이’ 방식이었으나 요즘은 다른 공연의 티켓을 가져오는 관객들에게도 일방적으로 할인 혜택을 주는 경우도 있다. 비보이 공연인 ‘더 굿’의 제작사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마리오네트’ 등 경쟁 비보이 공연 티켓을 내면 50%를 할인해 준다. 반면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제작사는 ‘더 굿’의 티켓을 가져오더라도 할인 혜택을 주지 않는다.

‘더 굿’의 박종현 기획팀장은 “비보이 팬들은 한번 공연을 보면 다른 비보이 공연을 다시 찾는 경향이 뚜렷해 후발 주자로서 기존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파격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는 ‘경숙이, 경숙아버지’ ‘졸업’ 등 연극 제작사들도 릴레이티켓제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졸업’의 제작사인 쇼노트의 최나미 과장은 “연극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관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정 작품이 아니라 공연장 사이의 릴레이티켓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숭아트센터와 정동극장은 상대 공연장의 티켓을 가져오면 할인해 주는 방안을 현재 협의 중이다.

기획자들은 릴레이티켓이 ‘윈윈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릴레이티켓을 통해 기획사들은 타깃 마케팅을 펼칠 수 있고 관객은 할인 가격으로 다른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릴레이티켓이 마케팅 전략에서 출발한 만큼 그 대상으로는 대중의 인기가 높은 작품이나 히트 공연이 선호된다. ‘라이어’ 등 현재 흥행 가도를 달리는 작품뿐만 아니라 ‘노트르담 드 파리’ ‘지킬 앤 하이드’ 등 1, 2년 전에 끝난 공연의 표도 ‘할인권’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릴레이티켓을 사용하는 관객도 점차 늘고 있다. ‘뮤직 인 마이 하트’의 경우 공연장을 찾는 관객 중 릴레이티켓 관객이 10%, ‘올슉업’은 30%에 이른다.

‘올슉업’의 홍보마케팅 담당 신은 씨는 “릴레이티켓은 할인율이 10% 정도여서 관객이 얼마나 사용할지 궁금했는데 10명 중 3명꼴은 된다”며 “특정 시기와 조건이 붙는 이벤트 할인과 달리 릴레이티켓은 상시 할인인 셈이어서 의외로 이용자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공연 기획자는 “릴레이티켓은 결국 할인제도인 만큼 이를 남발하면 신뢰를 잃어버리고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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