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68>海納百川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코멘트
옳은 일과 바른 일을 철저하게 구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조직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 이런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잘못된 행위를 한 사람은 특별한 조치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잘못에 대해 그때마다 지적하고 그때마다 처벌한다면 인간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언제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용서와 관용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海納百川(해납백천)’이라는 말이 있다. ‘海’는 ‘바다’라는 뜻이다. ‘納’은 ‘내다, 주다, 바치다’라는 뜻이다. ‘納付(납부)’는 ‘내어주다, 바치어 주다’라는 말이고, ‘獻納(헌납)’은 ‘바치는 마음으로 내다’라는 말이다. ‘付’는 ‘주다’라는 뜻이고, ‘獻’은 ‘바치다’라는 뜻이다.

‘百’은 ‘십의 열 배, 백’이라는 뜻이다. ‘百’은 많은 수이므로 ‘모든’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百科事典(백과사전)’은 ‘모든 항목의 사건이나 일을 기록해놓은 책’이라는 말이다. ‘科’는 ‘조목, 항목’이라는 뜻이고, ‘事’는 ‘일, 사건’이라는 뜻이다. ‘典’은 ‘책’이라는 뜻이다. 이에 비하여 ‘詞典(사전)’은 ‘말의 뜻이나 용법을 기록해 놓은 책’을 말한다. ‘詞’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하여 알아보려면 百科事典을 찾아야 하고, ‘사랑하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아보려면 詞典을 찾아야 한다. ‘川’은 ‘내, 하천’을 뜻한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海納百川’은 ‘바다는 모든 하천을 받아들인다’라는 말이 된다. 과연 그런가? 바다는 깨끗한 하천이나 더러운 하천을 구분하여 받아들이지 않는다. 바다는 큰 하천이나 작은 하천을 가려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바다가 넓은 것은 모든 하천을 구분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海納百川’은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탓하지 않고 받아들이다보면 언젠가는 바다가 된다는 말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