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용비어천가, 봉황의 날개 달다…‘봉래의’ 500년만에 복원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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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성대가 오니 봉황이 날아와 너울너울 춤을 춘다. 봉황은 앞부분은 기린, 뒷부분은 사슴, 목은 뱀, 꼬리는 물고기, 등은 거북, 턱은 제비, 부리는 닭을 닮았다고 하는 상상의 동물. 오색의 깃털을 지니고, 울음소리는 5음(音)으로 된 묘한 음색을 내며, 봉황이 날면 모든 새가 뒤를 따른다고 한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조선 최고의 가무악 ‘봉래의(鳳來儀)’가 복원된다.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봉래의’는 한글로 쓰인 최초의 작품인 ‘용비어천가’의 가사를 춤과 노래로 표현한 가무악 곡이다. 조선 왕조의 창업과 국운의 번영을 기원하는 한 편의 ‘뮤지컬’이자 ‘오페라’인 셈이다.》

○ 국립국악원 23, 24일 공연

23, 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오르는 국립국악원의 ‘봉래의, 봉황이여 오라’는 500여 년 전 세종 당시의 고(古)음악을 최초로 재현해 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불휘(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새 꽃 됴코 여름 하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마래(가뭄에) 아니 그츨새 내를 이뤄 바다에 가나니.”(용비어천가 2장)

세종 27년(1445년)에 지어진 ‘용비어천가’는 새로 창제된 훈민정음으로 선조들의 창국 성업을 노래한 장편 서사시다. 2장은 새로 발행된 1만 원권에서 세종대왕 옆에 새겨져 있을 정도로 한글의 아름다움과 문학성을 보여 주는 걸작이다.

송인길 전 국립국악원 정악단 예술감독은 “세종대왕은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무엇보다 향악과 당악 등 음악을 정비하는 데 앞장섰다”며 “봉래의는 ‘용비어천가’에 맞춰 연주 및 춤과 노래를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음악 예술의 전환점이 되는 대작”이라고 설명했다.

‘봉래의’는 ‘용비어천가’의 한글 가사에 맞춰 춤과 노래를 하는 ‘치화평’과 ‘취풍형’(향악풍), 한문 번역 가사로 이뤄진 ‘여민락’(당악풍)으로 구성된 독특한 형식미를 갖춘 궁중정재(呈才·대궐 안의 연희에 쓰이던 춤과 노래)이기도 하다. 한글과 한문, 향악과 당악을 조화시켜 조선의 개국정신을 천명한 것이다.

○ 훈민정음 창제 당시 음악-복식 재구성

이 때문에 ‘봉래의’는 조선이 위기를 맞을 때 주로 연주됐다. 고종도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봉래의’를 공연하도록 했다. 그러나 세종 당시의 음악이 전해 오지 않아 ‘용비어천가’의 가사를 고종대의 음악에 맞춰 연주하고 조선 후기 복식을 입고 춤을 출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국립국악원 측은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실록’에 수록돼 있는 ‘봉래의’ 악보와 ‘악학궤범’을 연구해 창제 당시의 음악과 복식에 맞게 재구성했다.

김한승 정악단 예술감독은 “세종이 창안한 ‘정간보’는 서양의 5선보처럼 음의 높낮이와 시가(時價·박자)를 표현할 수 있는 아시아 최초의 유량(有量)악보”라며 “사이음을 비롯해 12율명을 표현할 수 있는 과학적인 악보인 덕택으로 정확한 음악을 복원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종수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조선시대는 법이나 정치보다 사람들의 가치관과 착한 심성을 이끌어 내는 예악(禮樂)으로 다스리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겼다”며 “악보가 전해지는 옛 음악을 복원하고 재창조해 국악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7시 반, 24일 오후 5시. 1만∼3만 원. 02-580-3333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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