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감성 담아 ‘쿨’한 느낌 그대로” …솔로앨범 낸 이재훈

  • 입력 2007년 2월 21일 03시 06분


“‘이재훈 1집’은 ‘쿨 11집’이라 해도 무방해요. 디지털 세대들이 느끼지 못하는 따스한 감성이 좋거든요.” 혼성 댄스그룹 쿨의 전 멤버 이재훈이 그룹 해체 후 솔로 음반을 발표해 온라인 음악차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제공 제로원인터랙티브
“‘이재훈 1집’은 ‘쿨 11집’이라 해도 무방해요. 디지털 세대들이 느끼지 못하는 따스한 감성이 좋거든요.” 혼성 댄스그룹 쿨의 전 멤버 이재훈이 그룹 해체 후 솔로 음반을 발표해 온라인 음악차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제공 제로원인터랙티브
그는 요즘 '적응기간'이라고 말한다. 11년 동안 혼성그룹 '쿨'의 메인 보컬로 활동했지만 무대에 서면 한기가 느껴진다는 이 남자. '솔로가수 이재훈'(33)으로 적응하는 중이지만 그에겐 아직 '딴나라' 얘기다.

"요즘도 팬들에게 사인할 때면 그냥 '쿨의 이재훈'이라 써요. 그룹 해체 후 곰곰이 생각했지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노래' 밖에 없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솔로로 활동하고 무대에 서보니 부담감만 100배로 늘었고… 전 아직 쿨의 이재훈인 것 같아요. 헤헤."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에게 '쿨'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있다. 2005년 그룹 해체 이후 1년 6개월 만에 나타난 이재훈은 여전히 그 시절 감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일 발표한 첫 솔로 앨범도 그에겐 '쿨 11집'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에는 10대들이 저보고 '신인가수 이재훈'이라며 열심히 하래요. 이 참에 정말 신인가수로 활동할까도 생각했지만 인터넷에는 여전히 데뷔 때 촌스러운 자료가 널려 있으니 그 자료를 모조리 삭제하면 가능할까요?"

1994년 데뷔해 '운명' '애상' '해석남녀' '진실' 등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인기를 얻었던 혼성그룹 '쿨'. 특유의 코믹함과 대중성을 기반으로 평균 50만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했고 2002년에는 7집 '진실'로 골든디스크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10집을 발표하고 한 달 후 해체를 선언했다. "잠정적으로 각자의 길을 가자는 것이었는데 여전히 가슴 아파요"라며 여운을 남긴 그도 해체 후 변화된 삶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무대를 잃고 나니 우울증이 찾아오더군요. 하지만 체질상 전 긍정적인 사람이라 축구, 배드민턴 같은 운동을 동료들과 하면서 극복했어요. 하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김)건모 형 때문이었죠. 어느 날 걱정을 하며 자기 집으로 초대했는데 29층이었죠. 무서워서 우울증이 바로 없어지던데요."

우울증을 극복하고 만든 그의 첫 솔로 앨범은 윤일상 김건모 등 1990년대 가요계 인물들이 참여했다. 10여년전 첫사랑을 최근에 다시 만난 사연을 담은 타이틀 곡 '환상'을 포함해 '쿨'의 전 멤버 유리와 함께 부른 '바보야', 싸이가 참여한 '커플링' 등 익숙한 멜로디와 쉬운 후렴구가 딱 '쿨'의 느낌 그대로다. 앨범 전반에 풍기는 '노총각' 냄새 역시 익숙하다. 그 밑에 깔린 '결혼' 이야기 역시 '쿨' 6집 때부터 이어진 익숙한 주제다.

"요즘 외로움을 많이 타요. 조만간 장가도 갈 까 생각중이고 안 되면 베트남 처녀와 결혼해야죠. 하지만 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나니 집안에서는 결혼 얘기가 사라졌어요."

'노땅' 취급 받는 것과 별개로 그의 노래 '환상'은 여러 온라인 음악사이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음악이 한 없이 가벼워진 시대, 1990년대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앨범 자체가 생뚱맞을 수 있지만 그는 "그저 나와 동시대를 사는 2030세대를 위해 선물을 주고 싶었다"며 "음반 판매량이나 MP3 다운로드 순위에도 관심 없다"며 웃었다. 그래도 이제 13년된 중견 가수인데 체면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되레 호통만 당했다.

"아휴~ 그런 게 어디있어요. 전 낙천적이기 때문에 음악도 즐겨야 하고 흥이 나지 않으면 재미없어요. 이렇게 즐겁게 활동하다보면 언젠가 유리랑 성수 형이랑 다시 무대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겠죠…"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