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169>聽之以心

  • 입력 2007년 2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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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억울한 것이 참 싫다. 억울한 사연은 나에게 불합리하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억울한 사연의 상당 부분은 대개 오해에서 생긴다. 그리고 오해의 상당 부분은 대화에서 생긴다. 사람은 어떤 말에 대한 독특한 이미지, 어떤 호칭에 대한 특별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말이 대화에 등장하면 곧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람마다 쓰는 말이 다르고 사람마다 생활한 환경이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욕설로 들리는 말을 어떤 사람은 애칭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대화하고 어떤 자세로 상대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가?

‘聽之以心(청지이심)’이라는 말이 있다. ‘聽’은 ‘듣는다’는 뜻이다. ‘視聽者(시청자)’는 ‘보고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監聽(감청)’은 ‘감시하며 듣는다’는 말이고, ‘盜聽(도청)’은 ‘도둑질하듯 숨어서 듣는다’는 말이다. ‘監’은 ‘살피다, 감시하다’는 뜻이고, ‘盜’는 ‘도둑질하다’는 뜻이다. ‘之’는 ‘그것, 저것’이라는 지시대명사로 쓰이지만 의미가 없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以’는 ‘∼을 가지고, ∼으로’라는 말이다. ‘以熱治熱(이열치열)’은 ‘뜨거운 것으로 뜨거운 것을 다스린다’는 말이다. 여름에도 뜨거운 한증막에 들어갔다 나오면 시원한 것이 이러한 예에 속한다. ‘心’은 ‘마음’이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聽之以心’은 ‘그것을 듣기를 마음으로 하라’ 즉, ‘마음으로 들어라’라는 말이 된다. 대화를 하거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때는 그 사람의 마음으로 들어가서 그 뜻을 들으라는 말이다. 어린아이의 말을 들을 때, 아이의 심정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어떻게 아이의 말을 알아듣겠는가? 상대의 마음으로 들어가서 그의 말을 이해하고자 하면 최소한의 오해는 일어나지 않는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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