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70>生寄死歸

  • 입력 2007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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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이란 무엇인가? 佛家(불가)에서는 영원한 인연의 연결 고리 가운데 잠시 사람이라는 인연의 고리로 존재하다가 이내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가에서 보면 삶은 영원하지 않고, 영원한 가치를 갖지도 않는다. 잠시 이 세상에 기탁하는 것일 뿐이다. 기독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삶은 잠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영원한 세상은 삶이 끝난 이후에 존재한다. 이에 대한 선인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生寄死歸(생기사귀)’라는 말이 있다. ‘生’은 ‘태어나다, 살다, 나타나다’라는 뜻이다. ‘生物’은 ‘살아있는 물체’라는 말이고, ‘生命(생명)’은 ‘태어나서 살아가라는 명령’이라는 말이다. ‘見物生心(견물생심)’은 ‘물건을 보면 마음이 나타난다’, 즉 ‘물건을 보면 그것을 갖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寄’는 ‘맡기다, 맡겨지다, 의지하다, 위탁하다’라는 뜻이다. ‘寄贈(기증)’은 ‘보내서 맡긴다’는 말이다. ‘贈’은 ‘보내다’라는 뜻이다. 일단 재물을 기증하면 기증 받은 곳에서 책임지고 사용하게 된다.

‘死’는 ‘죽다, 죽음’이라는 뜻이다. ‘死滅(사멸)’은 ‘죽어서 없어지다’라는 말이다. ‘歸’는 ‘돌아가다’라는 뜻이다. 이 경우에 돌아가는 곳은 언제나 사람이 좋아하는 곳이다. 예를 들면 도적의 소굴로 돌아가는 것은 ‘歸’라고 하지 않는다. ‘歸家(귀가)’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歸山(귀산)’은 ‘산으로 돌아가다’, 즉 ‘죽다’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生寄死歸’는 ‘산다는 것은 맡겨진 것이고, 죽는다는 것은 돌아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된다. 이를 풀어 보면 ‘산다는 것은 이 세상에 잠시 맡겨진 것이며, 죽음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된다. ‘生寄死歸’를 생각하면 우리의 부질없는 욕망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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