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학과사회’ 봄호는 특집 ‘오규원 시인을 추모하며’에서 고인의 미발표 시 5편과 산문 2편을 실었다. 고인의 제자인 이창기 이원 시인이 보관했던 작품이다.
‘그의 얼굴에는 산소 흡입기구인/비강 캐뉼라가 코에 걸려 있다/산소기의 하얀 증류수 통에서는/산소가 캐뉼라로 가느라고/뽀글뽀글 물방울이 생기고 있다//그는 숨을 쉬며 살고 있다//창밖의 햇빛 한 줄기/문틈으로 들어와 산소기에 붙어 있다.’(‘숨쉬기’ 일부)
이 시는 폐기종을 앓으면서 문학적 고투도 함께했던 시인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는 작품이다. ‘오후 내내 그는 떡갈나무의 두꺼운/그늘에 모로 누워/모로 누운 그늘이 되어 있었다’로 시작하는 ‘그늘’ 등 유고작에 ‘날이미지’를 추구했던 시인의 집념을 엿볼 수 있다.
15개의 짤막한 글을 모은 산문 ‘날이미지시에 관하여’는 모두 ‘날이미지’에 관한 단상이다. ‘날이미지는 의미를 비운다. 비울 수 있을 때까지 비운다. 그러나 걱정마라. 언어의 밑바닥은 무의미가 아니라 존재이다. 내가 찾는 의미는 그곳에 있다’ 등 고인의 시 철학을 명쾌하게 표현했다.
이원 시인에 따르면 고인은 병상에서 틈틈이 휴대전화에 문자로 이 원고를 기록했으며, “혹시 내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원고는 꼭 발표하도록 해라. 날이미지시에 관한 아주 중요한 원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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