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71>報怨以德

  • 입력 2007년 2월 2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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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푸근하게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꿈이다. 조금 더 좋은 집이나 조금 더 좋은 음식이나 조금 더 보기 좋은 의복이 사람을 오래도록 푸근하게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잠깐 사람을 푸근하게 할 뿐이다. 오래 간직되는 푸근함이란 결국 인간관계의 아름다운 조화에서 나온다. 그러나 사람이 언제나 좋은 사람만 만나고 살아갈 수는 없다. 살아가다 보면 원수 같은 사람도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인간관계는 복잡하게 마련이다. 그런 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報怨以德(보원이덕)’이라는 말이 있다. ‘報’는 ‘갚다, 되돌려 주다, 알리다’라는 뜻이다. ‘報恩(보은)’은 ‘은혜를 갚다’라는 말이고, ‘報答(보답)’은 ‘되돌려 주어 갚다’라는 뜻이다. ‘答’은 원래 ‘갚다’라는 뜻이다. ‘怨’은 ‘원망하다, 비난하다’라는 뜻이다. ‘怨望(원망)’은 ‘원망하며 바라보다’라는 말이고, ‘怨恨(원한)’은 ‘원망하고 한탄하다’라는 말이다. ‘望’은 ‘바라보다’, ‘恨’은 ‘한탄하다’라는 뜻이다. ‘怨’에는 ‘원망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 여기에서 ‘원수, 앙숙’이라는 뜻이 나왔다. ‘德’은 ‘덕’이라는 뜻이다. ‘德人(덕인)’은 ‘덕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고, ‘후덕한 사람’이라고 하는 경우의 ‘厚德’은 ‘두터운 덕을 갖춘, 덕이 풍부한’이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報怨以德’은 ‘원망하는 사람에게 덕으로 갚는다’, 즉 ‘나를 원망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에게 덕을 베푼다’는 말이 된다. 나에게 원수 같은 사람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불행한 사람은 나 자신이다. 내 가슴속에 항상 증오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짧은 삶을 증오하는 심정으로 보낸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러나 그런 상대에게 덕을 베풀면, 상대가 아니라 나의 삶에 여유가 생기며 사랑이 넘치며, 삶이 풍족하게 느껴진다. 이것이 인생을 푸근하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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