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집 낸 래퍼 MC스나이퍼 “체 게바라가 좋아”

  • 입력 2007년 2월 28일 02시 59분


3년 만에 4집을 발표한 래퍼 MC스나이퍼. 이번에도 그의 화두는 ‘정체성 찾기’였다. 홍진환 기자
3년 만에 4집을 발표한 래퍼 MC스나이퍼. 이번에도 그의 화두는 ‘정체성 찾기’였다. 홍진환 기자
그가 변한 걸까. 다음 달 5일 3년 만에 컴백하는 래퍼 MC스나이퍼(본명 김정유·28)는 새 앨범 첫머리부터 수상쩍다. “(나는야) 신의 속에 투쟁하는 체 게바라/그와 같은 길을 좇는 시를 읊는 게릴라….”(‘투 비’)

“혁명가 체 게바라를 좋아해요. 나약해질 때마다 그를 떠올리곤 하지만 사회주의에 대한 찬양은 아니에요. 한 인간에 대한 존경일 뿐 제겐 이데올로기 같은 건 없어요.”

2002년에 데뷔, ‘BK러브’,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곡을 리메이크한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한국인’ 등을 발표한 그는 4집 ‘하우 배드 두 유 원트 잇’에서는 ‘외골수’ 혹은 ‘힙합계의 왕따’를 자처한다.

“중요한 것은 정신이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 이에게 공감을 얻어내느냐가 관건이죠. 음악은 내 혼을 담는 그릇일 뿐….”

2004년 일본에서 그는 영화 ‘마지막 황제’ 음악을 맡았던 뮤지션 사카모토 류이치의 싱글 음반 ‘언더쿨드’에 객원 래퍼로 참여하기도 했다. 재일교포와 유학생들에게서 “당신 음악으로 힘을 얻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겨레’ ‘핏줄’ 같은 것들을 새삼스레 떠올렸다고 한다.

“3년간 어떻게 지냈느냐고요? 앨범 수록곡 ‘웨어 앰 아이?’를 보세요. ‘낮에는 공익 생활을 했고/밤에는 녹음실에서 3집 계약을 끝내고/행사로 번 돈을 배치기 1집에 퍼붓고…’의 가사처럼 공익 근무와 랩 듀오 ‘배치기’의 프로듀서로 활동했어요.”

일본 여성 가수 마쓰토야 유미의 1994년 히트곡 ‘하루요, 고이’를 샘플링한 타이틀 곡 ‘봄이여 오라’는 아련한 사랑의 나약함에 대해 읊조린 곡. 또 삶을 전쟁터에 비유한 ‘지도 밖으로의 행군’이나 레코드 가게를 운영했던 아버지와 어린 시절 얘기를 담은 ‘우리 집’ 등도 들어 있다.

“서른을 앞두고 보니 진짜 랩이 나오는 것 같아요. 뜨거운 가슴을 갖고 나는 누구인가, 또 내가 속한 이 나라는 어떤 존재인가 끝없이 고민했죠.”

문득 “다음 앨범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이 남자. 음악이 힘들면 지방에 내려가 맥줏집을 운영하고 초야에 묻혀 글만 쓰겠단다. 밀리언셀러나 가수 왕은 생각이 없다. 꿈이 소박하다고?

“정통 힙합, 사이비 힙합 따지는 것이 이젠 무의미해요. 누가 더 멋진 음악을 발표하느냐가 더 중요하죠. 무슨 음악이든 진실된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그게 정답 아닐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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