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學(대학)에는 ‘知所先後(지소선후), 則近道矣(즉근도의)’라는 말이 나온다. ‘知’는 ‘알다’라는 뜻이다. 흔히 ‘지인이 많다’는 경우에 사용되는 ‘知人’의 ‘知’는 ‘알다, 아는, 알고 있는’이라는 뜻이다. ‘所’는 ‘~하는 바’의 ‘바’라는 뜻이다. ‘先’은 ‘먼저, 앞’이라는 뜻이다. ‘先生(선생)’은 ‘먼저 태어나다’라는 뜻인데, 이것이 변하여 ‘먼저 태어난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사람’은 나보다 아는 것이 많으므로 ‘가르치는 사람’, 곧 ‘교사’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知所先後’에서는 ‘앞세우다, 먼저 하다, 먼저 해야 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後’는 ‘뒤’라는 뜻이다. ‘後輩(후배)’는 ‘뒤에 나온 무리’라는 뜻이다. ‘後’가 동사로 사용되면 ‘뒤에 하다’라는 뜻도 갖는다. 여기에서는 이 의미로 사용된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知所先後’는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안다’라는 말이 된다. ‘則近道矣’는 ‘곧 도에 가깝게 된다’라는 말이다.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을 아는 것은 도에 가까울 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모든 행동의 준칙이다. 인생의 꿈이 있다면 금년에 해야 할 일이 결정된다. 그렇다면 이번 달에 할 일이 결정되고, 오늘 해야 할 일이 결정된다. 그 일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을 먼저 하는 것은 꿈을 멀리하는 행위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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