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설탕-버터 제로’…홈베이킹, 건강빵 만들다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0분


《“설탕과 버터를 왜 이렇게 많이 넣지? 한두 숟가락도 아니고 아예 컵 단위잖아.”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의 최민경(32) 씨는 10년 전 한 제과학원에서 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울 때 불만이 많았다.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재료가 너무 많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최 씨는 아이의 간식을 장만할 겸해서 집에서 빵을 만들어 먹는 홈베이킹의 길로 들어섰다. 홈베이킹 열풍이 거세다. 학원이나 호텔, 평생교육기관의 베이킹 교실은 인기 강좌다. 주부 전문가들이 집에서 베이킹클래스를 운영할 정도로 수요가 늘었다. 곡물가루를 섞어놓은 ‘프리믹스’의 판매량이 부쩍 늘었고, ‘홈베이킹 오븐’과 같은 가전제품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홈베이킹의 장점은 자신이 확인한 재료로 빵과 과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 그러나 전통적인 제조법에는 여전히 설탕과 버터, 마가린이 가득하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 담백한 독일 빵의 매력

독일에서는 주식용 빵을 만들 때 설탕이나 버터를 쓰지 않는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독일 빵 가게 ‘악소’를 운영하는 허상회(40) 씨는 “반죽이 발효될 때 필수적인 당 성분이 밀가루 자체에 포함된 것을 활용하기 때문에 설탕을 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독일 빵은 다양하다. 허 씨가 추천한 것은 흰밀빵과 해바라기 잡곡빵, 호밀빵. 모두 기름과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 예컨대 해바라기 잡곡빵의 재료는 강력분, 이스트, 소금, 물, 잡곡혼합물이 전부다. 반죽과 발효를 통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이런 담백한 빵을 반으로 갈라 자연 치즈와 수제 햄을 곁들여 먹는 것이 독일식이다. 허 씨는 독일에 유학을 갔다가 독일 빵 제조를 평생 직업으로 삼았다. 원래는 전통 독일 빵을 소개하고 싶어 가게 문을 열었는데 담백한 제조방법 덕택에 ‘건강 빵’으로 인기를 얻었다.

자연 발효를 이용하기 때문에 빵의 밀도는 높은 편. 대개 국내 단팥빵은 반죽 무게가 30∼35g인 데 비해 독일 빵은 비슷한 크기라도 100g에 가까워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 주부의 노하우

이왕이면 설탕이나 버터, 마가린이 없는 과자와 빵을 만들고 싶은 것이 주부의 심정. 이런 마음으로 홈베이킹을 시작한 최 씨는 블로그(타비초이)를 개설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집에서 빵을 만들 때는 버터 대신 포도씨유나 올리브유를 사용합니다. 버터 30g을 포도씨유 10g(한 큰술)으로 대체해서 쓰면 그런대로 맛이 나거든요.”

포화지방이 많은 버터 대신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을 쓰는 전략이다. 오븐에서 20분 이상 구워야 하는 빵을 만들 때는 발열점이 높은 포도씨유를, 그보다 짧은 시간 구울 때는 올리브유를 사용한다.

설탕의 기능은 꿀이 대신 한다. 그는 “발효 과정만 잘 지키면 오히려 더 촉촉한 빵을 만들 수 있다”고 소개했다. 물엿, 조청, 올리고당도 설탕 대체품이다.

과자에서 버터를 빼기는 힘들다. 최 씨는 반죽을 최대한 얇게 만들어 굽는 방식으로 극복했다. 얇게 구우면 그만큼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살아난다.

최 씨가 얇게 구워 내는 호밀과자는 이웃집 아이들에게도 인기다.

○ 호텔 제과 명장의 추천

30년 경력의 제과·제빵 기능장인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 김한식 제과주방장은 그리시니, 포카치아 브레드, 하드롤을 권했다.

그리시니는 일명 ‘솔트 스틱’으로 불리는 막대기 모양의 빵이다. 겉이 딱딱해 과자처럼 간식으로 먹기에 좋다. 재료는 강력분과 중력분, 이스트, 물, 소금이 전부. 오븐에 굽기 직전에 계란물을 겉면에 약간 발라주면 색깔과 맛이 좋아진다. 통상 맥주 안주로 쓰이는 이 빵은 겉면에 소금이 추가로 뿌려지곤 하는데 가정에서 먹을 때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탈리아 빵인 포카치아 브레드에는 버터가 아닌 올리브유가 들어간다. 반죽을 해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킨 뒤 오븐에 굽는다. 김 주방장은 “빵을 만들 때는 밀가루를 치대어 글루텐을 형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글루텐이 형성되면 반죽이 잘 끊어지지 않고 단단하고 쫄깃하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호밀 혼합물 반죽-숙성 위한 팁▼

건강 빵으로 알려진 호밀빵을 만들 때는 호밀혼합물(샤워도우)이 필요하다.

호밀가루와 물을 같은 무게로 섞고 헝겊으로 덮은 뒤 섭씨 25∼26도에서 24시간 두면 된다.

좀 더 숙성된 샤워도우를 만드는 노하우도 있다. 만들어진 샤워도우에 호밀가루와 물을 다시 붓고 하루 더 숙성시키면 된다. 밀폐해 냉장 보관하면 4주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집에서 만드는 빵이 전문제과점 빵과 같을 수는 없다. 스팀 오븐을 갖춘 가정은 드물기 때문. 허 씨는 “물을 가득 채운 스테인리스 물컵을 오븐 속에 넣어두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자를 설탕 없이 만드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최 씨는 유기농 흑설탕을 최소량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최신 재료로는 ‘허니파우더’가 있다. 꿀을 과립으로 만들어 설탕처럼 쓸 수 있도록 한 원료다.

오븐에서 실제로 빵이나 과자를 굽는 시간은 제조법과 차이가 날 수 있다. 오븐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 오븐의 특성을 파악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한두 번 실패에 낙담할 필요는 없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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