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쟁이 토마스에게 생긴 일/질 티보 글·엘렌느 데스퓌토 그림·이정주 옮김/48쪽·7500원·어린이작가정신(초등 저학년)
계간 아동문학 평론지 ‘창비어린이’ 봄호에 2006년 독일어권 어린이서점상 수상자인 기젤라 슈루프 씨의 얘기가 실렸다. 독일 본에서 어린이 전문서점 ‘작은 가게’를 25년째 운영 중인 슈루프 씨는 “남자아이들이 책 읽기를 싫어한다는 것은 그저 소문”이라며 “다만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과 다른 것을 읽고 남자아이들을 위한 작품이 부족해 책을 멀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형제를 둔 엄마의 말이라 설득력 있게 들린다.
두 책은 남자아이들이 보면 더 재미있어할 듯하다. 내용 안에 책과 쓰기, 읽기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권해 볼 만하다. 쓰는 법, 읽는 법을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쓰기와 읽기에 흥미를 일으키게 만든다.
‘이 책을 절대로 열지 마시오!’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뭐 책을 열지 말라고? 이 말을 들을 아이가 어디 있어. 첫 장을 넘겼더니 꼬마 돼지가 “왜 이 책을 연 거야? 이 책을 절대로 열지 말라고 표지에 써 있잖아”라고 투덜댄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꼬마 돼지의 시비는 이어지고, 아이가 자꾸 약을 올리는 꼬마 돼지와 아옹다옹하다 보면 어느새 글의 주인공이 돼 글을 완성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말썽쟁이 토마스에게 생긴 일’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말썽이 심한 소년이 주인공이다. 못된 짓만 골라 하는 토마스에게 친구가 생긴다. 친구 기욤은 토마스의 ‘못된 짓’에 감탄하면서 함께 세계적 악당이 되겠다니 토마스는 기쁠 수밖에. 기꺼이 토마스는 기욤에게 사탕을 훔치거나 자전거 바퀴에 구멍 내는 법을 가르치지만 기욤은 영 소질이 없다. 잘하는 일이라고는 서점에서 책을 몰래 갖고 나오는 것. 이들의 아지트는 기욤이 갖고 온 책으로 가득 차고 기욤은 거기에 틀어박혀 온종일 책만 읽는다. 토마스가 이런 기욤과 한바탕 싸움을 한 뒤 아지트에 혼자 남아 할 수 있는 일이란? 책 읽기라는 것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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