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영 교수의 그림읽기]두 조각 난 진실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0분


그림=존 무스,보물창고 펴냄
그림=존 무스,보물창고 펴냄
“아득한 옛날, 돌이 가르침을 주고 바람이 말이 되고 강물이 거울이 되고 나무는 별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되는 아름다운 땅이 있었습니다.” 그 땅에 진실이 떨어졌습니다. 길게 꼬리를 그리며 떨어진 진실은 그만 두 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한 조각은 불빛을 내뿜으며 밤하늘 어디론가 사라졌고 다른 한 조각은 아름다운 땅 위로 떨어졌습니다. 어느 날 한 인간이 그 진실을 발견하였지요. 진실은 그를 위해서만 빛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이제 바람과 돌과 나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진실의 말에만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오직 자신만이 그 진실을 가지려 합니다. 진실을 빼앗기 위하여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고 진실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공허감을 느꼈습니다. 한 소녀가 상상의 산을 넘고 호기심의 강을 건너고 발견의 숲을 거쳐 세상의 중심에 이르니 가장 오래 산 지혜의 거북이 말했습니다. “그 조각난 진실은 완전한 진실과 거의 비슷하지. 그러나 세상이 참으로 완전해지려면 잃어버린 또 한 조각의 진실을 되찾아야 해.”

이 두 조각 난 진실의 이야기를 읽으면 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우리의 앞길을 밝혀 주겠다고 나서는 지도자들이 생각나는 것일까요? 어떤 사람은 민족, 어떤 사람은 통일, 국민 혹은 개혁이라는 진실을 외치며 뒤를 따르라고 했지요. 매번 그들은 머나먼 미래의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소리치며 “소신껏” 앞으로 나아갔지요. 그러는 동안에도 우리들의 비루하고 짧은 삶은 흘러가다가 역사와 진실의 수레바퀴에 깔리거나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잊혀졌지요.

지혜로운 거북이 다른 반쪽의 진실에 대하여 말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온 사람, 다른 얼굴을 한 사람,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 주위의 작고 단순한 것에 귀를 기울일 때 조각난 진실과 삶은 치유될 수 있단다. 모든 생명체가 중요하다는 것, 세상은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건 딴 얘기지만요, 우리 지도자들도 이제 머지않아 나머지 반쪽의 진실을 찾아 시장이나 지하철이나 길거리에 나타나겠지요? 그리고 선거유세 철이 지나고 나면 다시 그들만의 반쪽 진실을 혼자만 가지고 뒤를 따르라고 횃불을 높이 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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