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73>日月無私照

  • 입력 2007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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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하다 보면 일의 과정이 공평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히 어떤 권한을 행사할 때는 이러한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혈연과 지연이 작용하기도 하고, 학연이 작용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에 대한 애증이 작용하여 공평함이 사라지기도 한다.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이를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日月無私照(일월무사조)’라는 말이 있다. ‘日’은 ‘해’라는 뜻이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이 하루이기 때문에 ‘날’이라는 뜻도 나왔다. ‘日曜日(일요일)’은 ‘해가 빛나는 날’이라는 뜻이다. 앞의 ‘日’은 ‘해’이고, ‘曜’는 ‘빛나다’, 뒤의 ‘日’은 ‘날’이라는 뜻이다. ‘月曜日’은 ‘달이 빛나는 날’, ‘火曜日’은 ‘불이 빛나는 날’, ‘水曜日’은 ‘물이 빛나는 날’, ‘木曜日’은 ‘나무가 빛나는 날’, ‘金曜日’은 ‘쇠가 빛나는 날’, ‘土曜日’은 ‘흙이 빛나는 날’이라는 뜻이다. 동양에서는 이와 같이 하루 하루가 日月과 五行(오행)이 하나씩 빛나는 날로 보았다. 날마다 무엇인가는 틀림없이 빛나고 있다는 생각의 표현이다. ‘無’는 ‘없다’는 뜻이다. ‘私’는 ‘개인, 자기’라는 뜻이다. ‘私企業(사기업)’은 국가나 기관이 경영하는 ‘公企業(공기업)’과 달리 개인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개인, 자기’라는 뜻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사사롭게’라는 뜻도 생겨났다. ‘照’는 ‘비치다’라는 뜻이다. 건물을 지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보장해 주어야 하는 ‘日照權(일조권)’은 ‘해가 비치는 것을 가질 권리’, 즉 ‘햇빛을 받을 권리’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日月無私照’는 ‘해와 달은 사사롭게 비치는 일이 없다’라는 말이 된다. 과연 그런가? 해와 달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사사롭게 비치지 않는다. 해와 달은 누구에게나 비친다. 자연은 그토록 공평하다. 그러므로 자연은 아름답다. 사람은 이러한 자연으로부터 완전한 공평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이 말이 주는 교훈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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