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 하나도 직접 보고 그린 사군자…‘문봉선 매란국죽’展

  • 입력 2007년 3월 5일 03시 00분


문봉선 씨의 ‘국화’. 사진 제공 학고재
문봉선 씨의 ‘국화’. 사진 제공 학고재
사군자는 동양화의 기초라서 화가들이 정식으로 전시하기도 쑥스럽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학고재에서 20일까지 열리는 ‘문봉선 매란국죽’전은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간다. 현대적인 동양화로 잘 알려진 중진 화가 문봉선(46) 씨의 사군자 전시회다.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그림 120여 점이 관객을 맞는다.

전시회 작품은 문 씨가 15년 전부터 그린 것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사군자이지만 중국이나 일본 것과 구별되는 그림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생각에, ‘우리 사군자’를 그리고자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고 한다. 비슷비슷한 듯 보이지만, 우리 매화는 일본 것보다 순이 길고 우리 난초는 중국 것보다 잎이 길쭉하다. 머릿속에서 상상한 사군자가 아니라 직접 관찰한 매란국죽을 그리기 위해 문 씨는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난초와 대나무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짧게 피다가 지는 매화와 사군자 중 가장 그리기 어렵다는 국화가 문제였다. 10여 년 동안 봄마다 전남 순천시 선암사와 광양시 다압면에서 일주일씩 머물면서 매화를 보다가 왔다. 영종도에 흐드러지게 핀 국화를 뜯어다가 가마니에 담아 와서는 수없이 사생을 했다고 한다.

작고 여리면서도 꿋꿋한 매화, 우아하고 그윽한 잎이 잘 표현된 난초, 만추의 넉넉함이 풍성한 꽃잎에 담긴 국화, 가늘고 단단한 줄기에서 단호한 기개가 느껴지는 대나무…. 흔히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무심했을 법한 사군자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듯싶다. 02-739-4937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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