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클래식 마니아였잖아. 난 클래식 듣는 사람이랑은 밥도 같이 먹기 싫었다고.”(이인성·54)
2일 저녁 서울 마포구 동교동 문지문화원 ‘사이’의 강의실. 시인 이성복 씨와 소설가 이인성 씨가 서로를 헐뜯기 시작했다. 이 자리는 출판사 문학과지성사가 설립한 ‘사이’의 첫 이벤트로 작가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는’ 행사다. 80여 명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이성복 씨는 ‘남해금산’ ‘그 여름의 끝’ 등으로 유명한 스타 시인. 이인성 씨는 ‘낯선 시간 속으로’ 등 작품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다. 이들은 고교(경기고) 및 대학(서울대 불문과) 선후배이며, 1년 차이로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한 막역한 관계다.
“형의 시집을 읽다 보니 이런 시구가 나오더군. ‘발정난 개처럼 알록달록한 식욕’(‘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燈)을 세우고 1’에서)이라고. 솔직히 문학하는 사람으로서, 그 감각의 진폭을 보니 속이 쓰리더란 말이오.”(이인성) “난 이인성 씨 소설이 펴놓은 멍석 같은 글쓰기라고 생각해. 어느 올, 어느 코 하나 빠지지 않고 빈틈없이 채워졌지.”(이성복)
이들의 대화는 문학에 대한 고민으로 모아졌다. “문학은 초월적 욕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세속을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목숨을 바치는 순교 정신이랄까요.”(이인성) “문학? 플로베르의 ‘수상록’을 읽다 보니 이런 얘기가 나오더군. ‘비속하고 외설스러운 것에 서정적인 게 슬쩍 스며들 때 아름답다’고. 이거구나, 깨달았지.”(이성복)
두 사람은 “예술가는 서로를 만났을 때 형제라는 생각이 든다는데, 만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며 마주보고 웃는 것으로 얘기를 마쳤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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