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사진 ‘본색’ 되찾는다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왕세자입학도. 한지의 노릇노릇한 느낌과 붉은색의 생생한 느낌을 살려냈다. 사진 제공 국립고궁박물관, 올림푸스한국
왕세자입학도. 한지의 노릇노릇한 느낌과 붉은색의 생생한 느낌을 살려냈다. 사진 제공 국립고궁박물관, 올림푸스한국
‘훼손 문화재를 복원할 때 원래 색의 근거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박물관 도록 사진에서 본 그 옥색이 진짜 옥색일까.’

지금까지 이에 대한 대답은 물음표로 남아 있다. 박물관 도록과 홈페이지, 문화재 보고서의 사진에 나타난 문화재의 색은 실제 눈으로 보는 자연색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다. 이 박물관은 광학기기 업체인 올림푸스한국이 개발한 ‘리얼픽스’ 기술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소장 유물 사진을 찍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리얼픽스’는 인간의 눈으로 보는 색에 최대한 가깝게 사진(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첨단 기술 중 하나다. 적녹청 등 3가지 기본색을 사용한 RGB 방식과 달리 6가지 색상을 사용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우선 대표 유물 300점의 사진을 찍은 뒤 4만여 점에 이르는 전체 유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은 11월 국립고궁박물관 전면 개관 때 선보이는 도록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유물 검색용 사진 등으로 사용된다. 이에 따라 박물관이 소장 중인 일월오봉도, 모란도·일월천도도 병풍, 어보(御寶·국새)와 어책, 앙부일구(해시계) 등의 사진은 자연색에 훨씬 더 가까운 모습으로 선보이게 된다.

일월오봉도와 모란도 병풍은 일반에 널리 알려진 문화재이면서도 사진으로는 색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지 못했다. 국립고궁박물관 김연수 전시홍보과장은 “일월오봉도의 오방색(황청백적흑)과 모란도의 노란색은 같은 작품 안에서도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며 “이번 시도를 통해 구체적인 색의 차이를 드러내는 사진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왕세자입학도’도 마찬가지. 이 그림은 순조의 첫째 아들인 효명세자가 1817년 봄 성균관에 입학하는 의례를 표현한 것으로 입체감과 생동감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를 촬영한 기존의 사진에서는 한지의 노르스름한 느낌이나 선명한 붉은색을 제대로 살릴 수 없었는데 새로운 기술로 보완이 가능해진 것이다.

김 과장은 “이번에 새로운 기술로 찍은 사진들은 도난이나 훼손으로 인해 문화재를 복원해야 할 때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