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발레리나 실비 길렘(42·사진)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김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대한 이야기로 한국에 대한 호감을 표현했다.
6∼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최신작 ‘신성한 괴물들’을 공연하는 길렘은 5일 이번 공연의 안무가이자 무용 파트너인 아크람 칸과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으로도 악명(?) 높아 ‘마드무아젤 농(non·아니요란 뜻의 프랑스어)’으로 알려졌던 이 빨강 머리, 초록 눈의 발레리나는 시종 쾌활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오페라하우스(영국로열발레단를 지칭)는 모든 무용수들로부터 ‘네’라는 대답을 기대하지요. 하지만 저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분명하게 ‘노’라고 말하거든요. 그래서 붙은 별명이지 결코 언론 때문이 아니랍니다.”
이 ‘마드무아젤 농’은 얼마 전 발레리나들의 선망의 대상인 로열발레를 미련 없이 떠났다. “비전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1988년 유서 깊은 발레단인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를 훌쩍 떠나 영국 로열발레로 옮겼을 때도 그랬듯이. 당시 그의 영국행은 프랑스 의회에서 공식 거론됐을 정도로 큰 화젯거리였다.
19세 때 파리오페라발레의 최연소 에투알(수석무용수)이 된 뒤 20년 넘게 세계 최고의 무용수로 군림해 온 길렘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발레리나 중 한 명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다리를 180도 각도로 치켜올리는 ‘6시 포즈’. 이 자세에서도 볼 수 있듯 빼어난 신체조건을 타고난 그는 스스로도 ‘행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훌륭한 발레리나의 조건은 무대에서 존재감을 갖는 것”이라며 “‘한계’란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갖고 있다고 여겨서 생긴다”고 말했다.
‘완벽한 몸매’로 꼽히는 그에게 스스로도 몸에 아무런 불만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좀 더 풍만한 가슴요.”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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