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존재에 대한 고뇌, 한국영화서 다시 찾아”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예술은 인간 조건을 고뇌하는 것’이라는 기본 가치를 서구는 잊었습니다. 한국의 문학과 문화가 이 가치를 일깨워 줄 것으로 믿습니다.”

최근 내한한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67·사진)가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르 클레지오는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해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되는 작가.

이번 방한 목적은 한국 영화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올해 60돌을 맞는 칸 영화제의 조직위원회는 작가에게 영화에 관한 책을 써 달라고 부탁했고, 평소 한국 영화를 즐겨본 르 클레지오는 이 책에서 한국 영화를 비중 있게 다루기로 했다. 지난주 서울에 온 그는 박찬욱 이창동 이정향 감독을 차례로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 감독의 영화를 다 봤고 저마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인터뷰 대상으로 선택했다”며 “박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 할리우드 스타일이면서도 예술성 높은 무언가가 있는데, 박 감독이 실제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사기꾼의 희생양이 된 것 같다’는 말로 거대 자본주의산업으로서의 할리우드 영화의 속성을 꼬집은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도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한 그는 “영화는 순간의 예술이며 사회에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만큼 사회에 도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 감독도 나와 같은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더 많은 영화 관계자들과 만나 깊은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르 클레지오는 황석영 씨 등 한국 작가들과 두터운 친분을 나눠 온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유럽에선 1960년대 이후 사회참여 문학이 사라졌는데 한국에선 지금도 참여문학의 위세가 크다”면서 “서구에서 사회 속에서 잊혀진 개인의 문제를 한국의 예술이 깨우쳐 줄 수 있도록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르 클레지오는 7일 오후 3시 종로구 종로1가 교보생명빌딩 10층 강당에서 ‘기억과 상상’을 주제로 한 강연회를 갖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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