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치중하는 수가 있었는데도 국수는 두지 않았다. 공격하기 위해 먼저 손실을 보는 게 마음에 걸렸을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상대의 반격도 염려되었을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안 건너는 게 국수의 기풍이다. 수가 보이면, 더군다나 형세가 유리하지 않은 처지에서는 바로 결행하는 게 본능인데 어릴 적부터 다 보고 있으면서도 못 본 척하기 일쑤였다. ‘애늙은이’라는 말이 달리 붙은 게 아니다.
우중앙이 두텁다. 흑은 곧장 ‘나’에 뛰어 다음 ‘다’를 노리면서 두터움을 키우고 싶은 마음 굴뚝같을 텐데도 태연히 흑 67∼75로 좌변부터 정리하고 본다. 백도 고분고분 다 받아준다. 지금은 누가 우중앙을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처럼 두텁게 받아두어야 삭감할 때 힘을 쓸 수 있다. 윤준상 도전자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애늙은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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