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처음 방영된 MBC 10부작 다큐멘터리 ‘황하’(일요일 오후 11시 40분)가 화제다. 국내 다큐멘터리 제작 기간이 평균 2주에서 두 달에 불과한 현실에서 ‘황하’는 1년 6개월간의 프로젝트다. 다큐멘터리가 고화질(HD) 화면과 5.1채널 사운드로 제작된 일도 드물다.
이정식 조준묵 PD는 황허 강의 발원지 칭하이(靑海) 성부터 서해와 만나는 산둥(山東) 반도까지 5464km에 이르는 황허 강의 전 유역을 탐사했다. 중국 정부에 모든 장면에 대한 촬영 허가를 받아내느라 제작 기간은 더욱 늘어났다.
동시녹음 장비를 들고 다닌 이들은 후커우(壺口) 폭포의 웅장한 울음소리, 야크떼의 눈 밟는 소리, 이른 새벽 초원의 바람소리까지 5.1채널 사운드로 생생하게 잡아냈다. 영화음악가 이병우 씨가 OST를 제작하는 등 후반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6mm 카메라로 촬영하는 ‘몰래카메라’는 배제됐습니다. 허가를 받지 않고 촬영한 다큐는 국제적으로 판매나 출품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유럽 일본 등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습니다.”(조 PD)
이들은 기획 단계부터 다큐멘터리 DVD뿐 아니라 직접 촬영한 사진화보집 출간, 황하 취재기 출판 등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기획했다.
황허 강의 발원지를 취재한 이 PD는 수십 km에 이르는 협곡 탐사를 하던 중 절벽에 부딪쳐 사고를 당할 뻔하고, 조 PD는 황허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촬영 도중 조난을 당해 6시간 동안 표류하기도 했다. 4000m가 넘는 고원에서 촬영용 초경량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 10명의 스태프가 삽으로 활주로를 만들었다.
촬영을 마친 뒤 두 사람에게 ‘황하’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중국인 누구를 붙잡고 물어 봐도 황허 강을 ‘모친허(母親河·어머니의 강)’라고 하더군요. 강가에 살든, 초원에 살든 마찬가지였어요. 황허 강은 중국인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살아 있는 강입니다.”(이 PD)
“중국문명은 황허 강을 중심으로 발달했는데, 요즘엔 창장(長江) 강으로 바뀌었습니다. 현재 창장 강은 개발을, 황허 강은 가난을 상징하고 있어요. 황허 강은 개발과 균형, 빈부의 조화를 고민하는 중국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중요한 코드입니다.”(조 PD)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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