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겸 무용수 아크람 칸이 꾸민 ‘신성한 괴물들’은 절대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 전통에 바탕을 두었지만 현대화된 작품, 무용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무대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다.
길렘과 칸이 추구하는 바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와 창의였다. 카탁 스타일의 안무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칸은 카탁의 상징인 수백 개의 소리 나는 방울을 자신의 발목에서 풀어 버림으로써 카탁에서 해방됐음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뿌리는 역시 발레와 카탁이었다.
이날 공연은 길렘의 솔로, 칸의 솔로 그리고 둘의 2인무로 구성됐다. 이 중 대만 안무가 린화이민이 특별히 안무한 길렘의 도입부 솔로는 그 유명한 ‘6시 포즈’를 비롯한 발레 동작을 현대화한 것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다양한 스타일의 춤을 추는 순간은 동서양의 만남이자 전통과 현대의 조우이고 서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화합하듯 하나가 되는 조화였다.
이번 공연의 진정한 취지는 두 예술가가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데 있었다. 무용수가 무대에서 관객에게 말하고 서로 대화하는 장면도 독특했다. 이는 지극히 고전적인, 그러나 정형화된 틀로부터 좀 더 광의의 ‘댄스’를 추구하는 이들의 세계를 설명하는 장치로 사용되었지만 아무래도 길렘에게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대화 사이에 펼쳐진 유머, 자막 없이 나오는 길렘의 유창한 이탈리아어 대사, 분절적인 스타카토의 묘미를 살린 장난스러운 듀엣은 ‘신성한 괴물들’이라는 제목의 무게감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두 무용수의 정교한 테크닉, 특히 마무리 듀엣에서 칸의 허리에 다리를 감은 채 엄청난 허리 힘으로 바닥에 발을 대지 않은 채 춤추는 길렘의 모습은 전율적인 괴기스러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유형종·무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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