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코파이 자전거/신현림 지음·홍성지 그림/96쪽·8500원·비룡소(5세∼초등 저학년)
할아버지 시조시인의 동시조집과 엄마 시인의 동시집이 나란히 출간됐다.
원로 시조시인 정완영 씨의 동시조집 ‘가랑비 가랑가랑 가랑파 가랑가랑’에는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정겨운 동시조 57편이 담겨 있다.
“텃밭에 가랑비가 가랑가랑 내립니다/빗속에 가랑파가 가랑가랑 자랍니다/가랑파 가꾸는 울 엄마 손 가랑가랑 젖습니다.” (‘가랑비’ 전문)
미수를 넘긴 할아버지 시인의 동시조는 가볍고 발랄한 요즘 동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오랜 세월 정성을 들여 빚어낸 깊은 맛이 느껴진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장독에 담긴 장맛처럼.
“울 엄마 장독들은 하루 한 번 세수하고/울 엄마 장독들은 하루 한 번 가슴 열고/바람 맛 햇빛 맛 버무려 꿀맛 같은 장맛 낸대요….” (‘우리 엄마 장독대’)
아주까리 우산, 보리밭, 호박꽃, 애기똥풀 등 도시 아이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자연에서 소재를 찾은 할아버지 시인의 동시조에서는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무공해 자연의 맛이 솔솔 배어난다.
‘세기말 블루스’ ‘해질녘의 아픈 사랑’으로 잘 알려진 엄마 시인 신현림 씨의 첫 동시집 ‘초코파이 자전거’에는 톡톡 튀는 감각적인 동시 40편이 실려 있다.
“고래가 코를 골며 잔다/고르르래/고르르래//고래 코 고는 소리가/하늘까지 번지면/구름고래까지 코를 곤다/구르르래/구르르래//고래 코고는 소리가/파도 소리처럼/우리 집에 넘치면/엄마랑 나까지 코를 곤다/드르르래/드르르래.” (‘고래가 코를 골며 잔다’)
신 씨의 동시집을 읽으면 귀가 즐겁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섬세하게 골라 다듬은 의성어와 의태어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배고파서’라는 동시는 ‘보들보들한 빵’에서 시작해 ‘야들야들한 치즈’ ‘맨들맨들한 절편’ ‘간들간들한 콧노래’로 시어가 이어진다.
딸을 위해 썼다는 그의 동시를 읽다 보면 그가 어떤 엄마인지도 짐작하게 된다. 아마도 그는, ‘안돼’라는 말보다는 ‘해보렴’이라는 말을 더 많이 하는 엄마일 거다. ‘빵폭탄’은 그런 친구 같은 엄마이자,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시인으로서 그의 모습이 살짝 엿보인다.
“서로 화가 나면/빵으로 만든 폭탄을 던져봐/부들부들한 폭탄/물렁물렁한 폭탄/마구 던지다보면/서로 좋아하게 돼/세상의 폭탄은 전부/말랑말랑한 빵으로 만들어야 돼.”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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