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콤 켈러허 지음·김상윤 외 옮김/352쪽·1만7000원·고려원북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뼈’있는 쇠고기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이유는 광우병 때문이다. 광우병을 전염시키는 숙주가 척수와 뼈에 축적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포학과 분자생물학을 연구해 온 저자에 따르면 문제는 뼈뿐이 아니다. 그는 8년간의 연구 끝에 “광우병을 전염시킨다고 알려진 프리온은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해 자외선 적외선에 의해서도 손상되지 않는 전염인자로 비장과 근육에서도 발견된다”고 밝혔다. 즉, 살코기도 안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책은 한 편의 소설처럼 구성된 논픽션이다. 2003년 봄 미국 워싱턴 주에서 항문과 생식기가 제거된 채 처참하게 살해된 소의 발견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1950년대 파푸아뉴기니에서 쿠루병 증상을 보인 식인 부족, 20세기 초반 폴란드에서 발견된 알츠하이머병 환자, 18세기 초 영국에서 발견된 양들의 스크래피 증상을 거치며 하나로 완결된다.

이야기의 요지는 광우병과 유사 증상인 이들 질병이 점차적으로 전 세계에 걸쳐 다른 동물을 통해 감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한국을 언급하며 약재로 수입하는 엘크의 뿔이 광록병에 감염되어 있을 수 있다며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치매로 알려져 있는 알츠하이머병도 인간 광우병일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질병을 전염시키는 책임은 수입의 저하를 우려해 실체를 알면서도 공개를 꺼린 육류업체와 정부가 져야 한다고 고발한다. 1960년대 미국 정부의 억압을 피해 몰래 연구를 하다가 감염된 동물들을 놓쳐 버린 일부 학자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저자의 말이 맞는다면 광우병 증세를 보인 소나 양의 고기가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세상에 쏟아져 나온 셈이다. 문제는 인간 광우병의 잠복기가 20∼50년이기 때문에 아직 그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2010년은 그동안 감염되어 온 인간 광우병의 심각성이 최고점에 달하는 때다. 원제 ‘Brain Trust’(2004년).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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