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봄날의 꿈… 그 사랑에 몸부림 칠때

  • 입력 2007년 3월 10일 03시 01분


《눈발이 흩날리고 기온까지 떨어졌지만 봄은 봄이다. 3월은 시작됐고 봄은 우리네 마음속에 찾아왔다. 봄날의 아지랑이엔 사랑이 어울린다. 옛 사랑의 아련한 추억이든 칼날같이 찾아온 새로운 사랑이든 봄은 사랑을 부른다. 사랑의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면 따스한 연애만화 한 편으로 위로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부천만화정보센터의 웹진 ‘규장각’ 콘텐츠 담당인 백수진 씨와 만화평론가 김정행 씨가 봄에 어울리는 사랑만화를 추천했다. 현실은 실망스러워도 꿈만은 상큼하길. 계절이 바뀌듯 다시 찾아올 사랑을 먼저 만화에서 느껴 보자.》

○ 풀하우스 (원수연·대원씨아이)

정지훈(비)과 송혜교(사진) 주연의 드라마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만화가 몇 곱절 훌륭하다. 한국 순정만화의 대표적인 걸작 중 하나. 시나리오 지망생 엘리와 유명 배우 라이더가 풀하우스란 집을 놓고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진다. 유려한 그림체를 바탕으로 대다수 로맨스물이 놓치는 ‘사랑의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 결혼적령기 (이케다 사토미·서울문화사)

웬만한 연애소설과 만화는 자유연애가 기본 설정. 그러나 실제 동양 사회에선 선이나 소개팅으로 인연을 만나는 경우도 많다. 이 작품의 소재도 ‘맞선’. 선을 통해 만나고 알아 가고 결혼하고 살아가는 얘기가 잔잔하게 흐른다. 뜨겁게 타오르진 않지만 과장이 없는 사랑 이야기. 누구나 공감할 현실이 싱겁지만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 치로 (백혜경·학산문화사)

오빠들의 과보호 아래 남부럽지 않게 자란 여주인공. 화려한 외모로 남자를 울리며 공주로 살아왔다. 그러나 우연한 일로 거액의 빚을 지며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녀의 선택은 남장가수가 되어 빚 갚기 프로젝트에 뛰어드는 것. 발랄한 코믹과 연애가 버무려져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 후쿠야당 딸들 (유치 야요미·서울문화사)

후쿠야당은 일본 교토 히가미사야에서 500년째 내려온 유명 과자점. 과자점을 이어받은 어머니와 세 딸의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교토는 거절할 때도 ‘고맙다’고 대답하는 까다로운 예의의 고장.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교토에서 펼쳐지는 과자처럼 달콤한 사랑 이야기가 어여쁘다. 일본의 독특한 문화풍습을 엿볼 수 있는 건 보너스.

○ 다정다감 (박은아·대원씨아이)

평범한 여고생 배이지가 꽃미남 사이에서 사랑을 놓고 방황한다. ‘백마 탄 왕자님’ 신드롬을 자극하는 뻔한 학원 로맨스지만 풀어내는 재치가 상상 이상이다.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여주인공의 심리는 복잡다단한 여성을 대변한다. 정감 있는 그림체도 매력적.

○ 내 남자친구 이야기 (야자와 아이·서울문화사)

동네에서 함께 자란 이성친구가 같은 예술고등학교에 다닌다. 미묘한 사랑의 감정이 피어나는 건 충분히 예상되는 일. 디자이너를 꿈꾸는 여주인공과 사진작가가 되려는 남주인공.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연애담이 패션과 사진이란 아이콘과 맞물려 아기자기하다.

○ 캥거루를 위하여 (이강주·서울문화사)

‘한국 순정만화의 새로운 획을 그은 독특한 연애만화.’(김정행) 만화에나 있을 캥거루의 얼굴을 한 주인공. 이미 캥거루란 사실에 익숙해졌고 불편하지도 않다. 문제는 캥거루로 청춘기를 맞았다는 것. 사랑은 캥거루를 인간의 얼굴로 돌아오게 할 만큼 대단한 마법일지. 주인공의 독백이 가슴을 파고든다.

○ 장난스런 키스 (다나 가오루·대원씨아이)

케이블 TV에 외화시리즈로 방영된 대만 드라마의 원작. 집이 무너져 아버지 친구 집에 임시로 살게 된 여학생 고토코. 그 집 아들은 학교에서 인기 높은 천재 고교생 나오키다. 고토코는 이미 나오키에게 차인 적이 있다. 그러나 어리바리하지만 순수하고 착한 고토코의 마음은 천재도 움직인다. 전형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재미 있는 ‘킹카 애인 만들기’.

○ 라비헴 폴리스 (강경옥·시공사)

1990년대는 한국 순정만화의 황금기. 라비헴 폴리스는 숱한 순정만화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독특한 SF 로맨스다. 미래의 가상도시에서 활동하는 여성 경찰과 그를 사랑하는 파트너. 매회 옴니버스처럼 터지는 사건 속에 사랑의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 무덤덤한 여주인공과 냉혈한 남주인공의 내밀한 감정 묘사가 일품이다.

○ 허니와 클로버 (우미노 지카·학산문화사)

지난해 귀여운 일본 여배우 아오이 유우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던 영화의 동명 만화. 20대의 아련한 정서가 고스란히 담겼다. 엽기와 감동과 로맨스가 한데 뒤섞인 연애만화의 걸작. 세상에 막연하게 필요한 존재보다는 특별한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고픈 젊은이의 심리가 잘 그려졌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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