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根深葉茂(근심엽무)’라는 말이 있다. ‘根’은 ‘뿌리’라는 뜻이다. ‘根本(근본)’은 ‘뿌리와 뿌리’, 즉 ‘뿌리’라는 뜻이고, ‘根性(근성)’은 ‘뿌리같이 깊게 박힌 성질’이라는 말이다. ‘深’은 ‘깊다’는 뜻이다. ‘深淵(심연)’은 ‘깊은 연못’이라는 말이고, ‘深思熟考(심사숙고)’는 ‘깊이 생각하고, 익을 만큼 생각하다’라는 말이다. ‘熟’은 ‘익다’, ‘思, 考’는 모두 ‘생각하다’는 뜻이다. ‘葉’은 ‘잎사귀’라는 뜻이다. ‘葉書(엽서)’는 ‘나뭇잎처럼 작은 종이에 쓴 편지’라는 말이다. ‘잎사귀’는 가지 끝에 무리 지어 매달리므로 ‘끝, 갈래’라는 뜻도 생겨났으며, 이로부터 ‘세대, 시대’라는 뜻도 생겨났다. ‘初葉(초엽)’은 ‘처음 시대’이며, ‘末葉(말엽)’은 ‘마지막 시대’라는 말이다. ‘茂’는 ‘우거지다’라는 뜻이다. ‘茂盛(무성)’은 ‘우거져서 가득 차다’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합치면 ‘根深葉茂’는 ‘뿌리가 깊으면 잎이 무성하다’라는 말이 된다. 기초가 튼튼하면 나머지 일은 잘 이루어진다. 그러나 기초를 튼튼하게 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서두르기 때문이다. 어떤 서두름은 가장 빠른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느리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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