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지킴이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한국의 재발견’(대표 최영환)은 12일 “문화재청이 최근 종묘 정문의 어도 구간(138m)을 다 들어낸 뒤 박석(얇고 넓적한 돌)과 경계석을 교체하고 어도를 정비하면서 어도의 형태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작업은 문화재청이 2004년 11월 종묘관리사무소 신축 도중 어도의 박석 50여 장이 깨지자 이를 보수하기 위한 공사였다.
○ “제 위치에 있는 박석이 없다”
문화재청 궁능관리과는 이번 공사에서 2004년 훼손된 박석 50여 개뿐 아니라 다른 박석 600여 개 중 깨진 박석 400여 개도 모두 교체했다.
‘한국의 재발견’ 측은 “경복궁 근정전을 수리할 때는 앞마당의 박석을 복원하기 위해 안쪽에 번호를 기록해 공사한 전례가 있다”며 “이번 공사에서는 교체하지 않는 온전한 박석의 원위치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전부 들어냈다가 임의로 다시 놓았고, 훼손되지 않은 박석 중에서도 네모반듯하지 않은 것은 모두 교체해 원래의 자연미를 잃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궁능관리과는 “어도 박석은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거친 탓에 원형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번호를 매겨 복원할 대상이 아니었다”며 “박석이 규격화돼 있지 않아 온전한 박석도 다시 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 “형태가 변했다” vs “착시 현상”
‘한국의 재발견’ 측은 또 “보수공사에 사용된 실측 도면에 따르면 어도는 종묘 정문으로부터 63∼65m 지점에서 구부러져 138m 지점까지 직선으로 뻗어 있었지만 공사 후 꺾인 곳이 정문에서 50m 지점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궁능관리과는 “도면은 간이 실측이어서 실제와 다를 수 있다”며 “오차가 생길 순 있으나 형태 훼손 주장은 착시 현상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를 보수하면서 간이 실측 도면을 사용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궁능관리과는 “종묘 어도는 다른 문화재에 비해 소홀히 취급돼 보수공사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며 “원형을 자세히 기록한 문헌을 찾기 어려워 복원하는 것은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화재 전문가들은 “원형을 모를 경우 공사 전 상태로 복원하는 게 원칙”이라며 “원칙 없이 훼손하면 원형을 복원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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