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不可極(낙불가극)’이라는 말이 있다. ‘樂’은 ‘음악, 즐거움’이라는 뜻이다. ‘音樂(음악)’ 의 뜻으로 쓰이면 ‘악’으로 읽고, ‘快樂(쾌락)’과 같이 ‘즐거움’이라는 뜻으로 쓰이면 ‘락’으로 읽는다.
‘可’는 ‘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不可’는 ‘할 수 없다’는 뜻이다. ‘不可抗力(불가항력)’은 ‘저항할 수 없는 힘’이라는 뜻이고, ‘不可思議(불가사의)’는 ‘생각하거나 의논할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생각해낼 수 없고 의논해낼 수 없는 일이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不可思議’는 스핑크스나 만리장성 같은 엄청난 대상을 일컫는다. ‘할 수 없다’는 뜻으로부터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생겼다. ‘極’은 ‘다하다, 극점’이라는 뜻이다. ‘極限(극한)’은 ‘정해진 한도를 다하다’, 즉 ‘극도에 다다르다’라는 말이다.
이상의 뜻을 정리하면 ‘樂不可極’은 ‘즐거움은 극점에 달해서는 안 된다’, 즉 ‘적당히 즐기는 것이 좋은 것이지 극도로 즐겨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된다. 약간 적은 즐거움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기분이 좋아지면 바로 술잔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오늘을 즐길 수 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