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백조의 호수’가 만들어졌을 때는 두 발레리나가 각각 백조와 흑조를 나눠서 췄다. 한 발레리나가 백조와 흑조를 모두 추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발레리나 피에리나 레냐니부터. ‘흑조 32회전’을 처음 시도한 것도 그다.
물론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 발레단인 ‘케이(K)발레단’처럼 요즘도 일부러 백조와 흑조를 2명의 발레리나가 따로 추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한 명의 발레리나가 백조와 흑조의 상반된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보는 것은 ‘백조의 호수’만의 묘미다.
레냐니 이후 수많은 프리마 발레리나가 백조(와 흑조)로 사랑받았지만 가장 유명한 발레리나는 역시 마고트 폰테인(1919∼1991)을 꼽을 수 있다. 19세 연하의 누레예프와의 전설적인 파트너십으로도 유명했던 폰테인은 누레예프와 함께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연한 ‘백조의 호수’로 최장 커튼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두 사람이 1966년 공연한 ‘백조의 호수’는 국내에도 DVD로 출시돼 있는데 발레 초보자에게 권할 만하다.
폰테인 외에도 나탈리아 마카로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등 세계적인 발레리나들이 등장하는 ‘백조의 호수’ DVD를 시중에서 구할 수 있다. 특히 자하로바가 이탈리아 라 스칼라 발레단과 공연한 ‘백조의 호수’ DVD에서는 유럽에서 최고의 ‘얼짱’ 발레리노로 손꼽히는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볼레가 지크프리트 왕자를 맡았다.
‘애니메이션 백조의 호수’ DVD도 있다. 유치원 정도의 아이들이 보면 좋을 ‘바비의 백조의 호수’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발레가 곁들여진 3D애니메이션인데 뉴욕시티발레단의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모션 캡처한 덕분에 ‘오데트’ 역을 맡은 바비의 발놀림과 손짓이 실제 무용수처럼 유연하다.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음악과 뉴욕시티발레단의 수석 마스터 피터 마틴의 안무라는 ‘호화 스태프’(?)도 자랑한다. ‘백조의 호수’외에 ‘지젤’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정도만 보면 웬만한 클래식 발레는 섭렵한 셈. 이 작품들 모두 DVD로 출시돼 있다.
좀더 체계적으로 발레를 공부하고 싶다면 토요일마다 열리는 ‘발레바움’(http://musikbaum.org/html/club/04.html) 강좌가 추천할 만하다. 국내 및 해외에서 출시된 대표적인 발레 DVD등을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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