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전갈’ 내놓은 김원일씨 “현대사 속 선악 다 가릴수 있나”

  • 입력 2007년 3월 17일 03시 00분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으로 재단하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김원일(65·사진) 씨의 새 장편 ‘전갈’(실천문학사)은 힘겹게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김 씨는 지난해 말 문예지 연재를 마치자마자 뇌중풍으로 쓰러졌다. 몸을 추스르기까지 두 달 가까이 걸렸다. 웬만큼 회복되자마자 원고를 다듬는 작업에 매달렸다.

16일 기자들과 만난 김 씨는 “(몸이) 많이 좋아졌다”며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 고단했던 겨울을 보내고 나온 책 ‘전갈’을 두고 그는 “내 문학의 종합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잘 알려진 대로 김 씨는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해 온 작가다. ‘전갈’에서도 그의 주제의식은 오롯하다. 일제강점기 독립군이었다가 일본군에게 잡혀선 그들에게 굽실대며 목숨을 부지한 강치무, 산업화시대에는 개장사든 하수 무단 방류 사업이든 돈 되는 일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아들 강천동, 그리고 폭력과 마약으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손자 강재무에 이르기까지, 매서운 독을 가진 전갈처럼 독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 현대사는 이렇게 선악을 따질 수 없는, 그늘에 가려진 비루한 사람들이 일군 것임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몸뚱이와 근성만으로 분투한 강천동 같은 사람은 우리 국민의 초상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근 작가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 김 씨는 “자연인으로 살면 되지 명예나 권세가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전에는 작가라면 어떻게든 글을 계속 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앓고 난 뒤에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잠시 피로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이 마지막 장편이 되리라는 심정으로 공들여 손보아 내놓았다”면서도 “2, 3년 쉬고 다음 작품을 생각해 볼 것”이라며 창작 활동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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